[ET-인터뷰] 박준하, 씁쓸한 사랑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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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박준하는 무대 위 조명 밖에서 묵묵히 악기를 연주하던 기타리스트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기타를 연주하던 그는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자연스럽게 음악 생활을 시작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연주하던 문득 자신의 음악이 하고 싶어졌고, 연주자 박준하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포지션을 옮겼다. 곡을 쓰고, 그 위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덧붙였다. 오랜 시간 몰두해 만든 작업의 결과로 정규 1집 ‘달이 말라가는 저녁’이 탄생하게 됐다. 박준하는 정규 앨범 발매 이후 싱글 앨범 ‘너라는 날씨’를 발매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실 정규 앨범 작업을 하며 더 많은 곡을 녹음했는데, 한 장의 앨범에 담기에는 다른 곡들의 분위기를 침해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계절이 바뀔 때 다시 발표해야지 생각했어요. ‘너라는 날씨’는 분위기가 정규 앨범 보다 가볍지만, 마냥 밝은 곡은 아니에요. 날씨가 사람 마음처럼 안 될 때 연애를 하다 보면 만들어 놓은 틀에 가두려 하거나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날씨가 왜 이러지 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본 노래예요.”

박준하는 지난 2월 정규 1집 발매 기념 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 정규 앨범을 통해 데뷔한 기분을 느꼈다던 그는 자신이 만든 곡과 함께 무대에 섰다. 많은 무대에 올랐었지만 처음으로 노래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들뜬 목소리로 전했다.

“늘 아웃풋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데 처음 EP앨범을 내고 싱글 앨범을 내는 건 쉬웠어요. 하지만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하지만 작은 공연장에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사라졌어요. 노래할 때 처음으로 즐겁다고 느꼈는데, 이런 좋은 기운들이 다른 공연에서도 묻어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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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발매한 ‘달이 말라가는 저녁’을 수없이 들은 리스너의 입장에서 정규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시적인 앨범 타이틀과 달리 명쾌한 리듬의 곡들로 이뤄진 수록곡들은 뮤지션 박준하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트랙마다 달라지는 신선한 곡 전개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감정을 들킨 듯한 가사는 박준하의 음악적 방향을 명확히 드러냈다.

“마지막 트랙 ‘문드라이 이브닝(Moondry Evening)’이 시작점이 됐어요. 회사에서 이 곡 언제 쓸거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정규 앨범에만 수록할 거라고 했거든요. 사실 ‘문드라이 이브닝’이라는 제목이 문법상으로는 맞지 않아요. 그래서 한글판으로 바꿔 앨범 타이틀로 정했어요. ‘달이 말라가는 저녁’은 잃어버리거나 멀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예요. 감정이 마를 수도 있고 기억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들을 말라간다는 의미에 맞춰 앨범을 만들어갔죠.”

‘잃어버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게 된 날 모른 척해줘 수줍었던 날이 지나 찾아오는 그런 건 너무 싫어서 헛된 시간들을 보낸 것뿐인 지 서로 닮지도 못한 우리를 이제 와서 떠올리면 후회보단 날 괴롭게 하는 미련인걸’(잘못된 안녕 中)‘

우리는 해피엔딩처럼 만났었지만 이제는 슬픈 영화처럼 헤어져야 해 내 마음속에 넌 여전히 살고 있지만’(우리는 해피엔딩처럼 만났었지만 中에서)‘

왜 난 지나간 시간들을 떠나지 못하고 왜 넌 모든 걸 버리는 게 그토록 쉬웠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좀 느낄 수 있어 왜 그렇게 네가 멀어진 건지’(닮은 사람 中에서)


박준하의 가사들을 들여다보면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달콤함 뒤에 숨어있는 씁쓸함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곡들이 이별의 과정과 이별 후의 느끼는 상실감을 노래한다. 그는 왜 사랑의 씁쓸함을 고집하고 있을까.“달달한 가사의 곡들을 잘하는 사람은 많아요. 사실 사람들은 감정이 차오를 때를 망각이라고 하는데,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개개인이 다 다르잖아요. 연인이 서로 좋아하면 싸울 때도 열심인 것 처럼요. 그런 부분에 대해 조명하고 싶었어요. 연애라는 밝은 것 안에서도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감정을요. 다른 사랑 노래보다 공감대가 적을 수는 있지만, 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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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하는 작사가 강그늘에게 정규 앨범 수록곡과 최근 발매한 ‘너라는 날씨’의 작사를 맡겼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작업을 해왔다.

“이전에는 제가 무작정 조르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둘 다 일이 되었기 때문에 조금 더 진중해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가사를 쓸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처음 둘이 생각했던 출발점을 비롯해 현재까지 둘에게 즐거운 작업이 되고 있어요. 서로에게 일탈적이고, 해소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앞으로도 강그늘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작사에 대한 부담을 던 박준하는 작곡에 비중을 두고 곡 작업을 하는 편이다. 노랫말이 없는 곡을 많이 찾아 들으며 분위기를 찾는데 집중한다고. 그 때문일까. ‘달이 말라가는 저녁’을 듣고 있으면 트랙마다 달라지는 분위기와 그의 보컬 톤에 귀 기울이게 된다.

“보컬 톤에 대해서는 별 생각 없이 작업한 것 같아요. 저는 무드를 중요시하는 편이고 곡이 갖고 있는 무드를 찾는데 집중해요. 이전에 밴드를 하면서 좀 더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현재는 무엇을 해도 클리셰가 되어버리잖아요. 거기에서 없었던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기타를 연주하면서도 아카데믹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했고요. 곡마다의 분위기에 맞춰 노래하려 노력했어요.”

음악에 있어서는 단호하고, 엄격하다고 스스로를 평했던 박준하는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치부를 꺼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음악을 듣고 나으세요’라는 표현 보다 각자가 드는 감정들이 원래 없었던 것이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는 사랑의 씁쓸함을 노래해야 한다면, 그게 본인이길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