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MBC와 SBS는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프로그램이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92년 3월 시작해 24년간 SBS 간판 시사교양프로그램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전혀 다른 색깔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밤을 뜨겁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심야시간대 편성에도 불구하고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 방송 기준 ‘그것이 알고 싶다’의 평균 시청률은 8.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다. MBC ‘PD수첩’과 KBS2 ‘추적 60분’에 비해서도 약 3% 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SBS가 개국한지 3개월여 만에 첫 발을 뗀 ‘그것이 알고 싶다’는 명실 공히 SBS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이형호 어린이 유괴사건-살해범의 목소리’로 첫 회를 시작한 뒤 벌써 1026회 째를 맞았다.
기타 시사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와 의문점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했다. 또한 ‘PD수첩’, ‘추적 60분’과는 달리 배우가 진행을 맡았다는 점과 정형화된 시사 고발보다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비중을 조금 더 뒀다는 점도 신선한 시도였다.
특히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소재와 제작진들의 노력이 담긴 취재 내용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MC를 맡고 있는 배우 김상중은 “저널리즘을 가지고 진실의 문이 열릴 때까지 끝까지 두드리고 노력했던 제작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방송 직후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관련한 키워드가 항상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올라있을 만큼 화제성도 남다르다. 주제에 따라 파급력도 엄청나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쟁점화 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24년 동안 인기 시사 프로그램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수많은 레전드 편을 만들 수 있었다.
이와 비교해 ‘마리텔’은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경쟁에서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다. ‘마리텔’의 올해 방송 평균 시청률은 7.8%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평균 시청률 8.7%보다 0.9% 포인트 낮다.
지난해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베일을 벗은 ‘마리텔’은 인터넷 개인방송과 지상파 방송을 결합한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마리텔’의 장점은 단순히 본방송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으로 직접 생방송을 시청하며, 출연자들과 소통할 있다는 점이다. 특히 5개의 채널 중 자신이 보고 싶은 방송을 마음대로 선택해 본방송에서는 편집돼 볼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모두 생생하게 시청할 수 있다.
또한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다양한 전문가들이 ‘마리텔’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필두로 오세득,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손앤박(손대식, 박태윤), 헤어 디자이너 차홍, 댄스스포츠 강사 박지우, 파티시에 유민주, 웹툰 작가 이말년 등 비(非) 연예인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쳐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명 모르모트 PD로 불리는 권해봄 PD를 비롯해 백종원과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던 윤희나 작가(기미작가), 유민주와 알콩달콩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던 권도우 FD 등 제작진들이 직접 신 스틸러로 나서 ‘마리텔’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토요일 심야시간대를 양분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마리텔’은 확연히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앞으로도 두 프로그램의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인식 SBS 교양국장은 지난해 열렸던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 타사 예능과 경쟁해야 하는 역할과 더불어 SBS 이미지에도 기여해야 하는 복합적인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 2000회, 3000회까지 가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마리텔’ 박진경 PD 또한 지난달 열린 한국 PD대상 시상식에서 실험정신 상을 수상한 후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인 만큼 항상 감사하다”며 “내년에도 이 자리에 다시 섰으면 좋겠다”고 롱런을 바라는 수상 소감을 전한 바 있다.
토요일 밤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마리텔’. 이와는 상관없이 시청자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두 프로그램 덕분에 채널 선택 폭이 넓어졌다. 계속되는 경쟁을 통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모아진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