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방송 뷰] 경연 프로그램의 진화, '나가수'부터 '듀엣가요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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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위),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아래)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춤한 사이, 예능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경연 프로그램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폐지와 유지 사이에서도 또다시 새로운 포맷이 등장해 진화하지만 지속성 여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연 프로그램의 커다란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MBC ‘나는 가수다’는 실력파 가수들의 치열한 경쟁과 명품 무대를 선사하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과열된 경쟁 구도는 가수들에게 압박감을 심어줬으며, 대중의 관심도를 떨어트려 결국은 폐지됐다.

이에 비해 KBS는 경쟁의 부담을 줄인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선보였다. 참가자들의 일대일 대결이지만, ‘나는 가수다’보다는 압박감이 적은 편이다. 이러한 장점 덕에 ‘불후의 명곡’은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는 실력파 가수들이 자신의 원래 틀에서 벗어나 진짜 실력으로 시청자와 만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지만, 중복되는 가수를 계속 등장시키며 흥미를 잃고 말았다. 또한 ‘전설’로 불리는 가수들의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애매하다 느낄 수 있는 참가자들의 출연은 본래의 취지를 흐리고 말았다.

지난해부터 이러한 단점을 극복해 오직 목소리만으로 승부한다는 ‘복면가왕’을 비롯해, 가수와 일반인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MBC `듀엣가요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거나, 혹은 모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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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일밤-복면가왕'(위), '듀엣 가요제'

가요계 한 관계자는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은 이미 가수마다의 스타일을 인지한 상태에서 무대를 접한다. 대중은 평소와 다른 콘셉트를 무대를 접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가수 본인의 ‘명성’과 ‘경연’이라는 부담감이 항상 존재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보이스 코리아’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오직 목소리만으로 승부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 덕분이었다. ‘보이스 코리아’가 아마추어 버전이라면, ‘복면가왕’은 프로버전이다. ‘복면가왕’의 최대 장점은 호기심 유발이다. 또한 편견 없이 목소리만 가지고 무대를 즐길 수 있다. 무대에 오른 복면가수 또한 이러한 점에서 더욱 편한 상태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듀엣가요제’는 가수들과 일반인 참가자의 노래실력이 평가받고 점수로 순위가 결정되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가수들은 파트너를 도와주고 돋보이게 하는 존재로 활약한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그램 포맷은 일명 ‘스트레스 없는 경연’으로 참가자들과 시청자들에게 부담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밖에도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SBS ‘판타스틱 듀오’ 등은 경연보다는 스타들에 대한 추억이나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과거의 경우 참가자가 혹독한 경쟁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시청자 자신을 투영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인기를 얻었다. 과거 경연 프로그램들이 참자가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한 ‘과시’의 자리었다면, 현재의 경연 프로그램은 과시욕이 아닌 ‘즐거움’과 ‘자기만족’의 성향이 더욱 짙다. 부담감이 적어진 무대는 가수의 기량을 120% 발휘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곧 경연프로그램을 여전히 진화하게 만들고 있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