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배우 진단] 유연석에게 작품 보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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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어화' 포스터

유연석의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을 피해갔다. 유연석은 ‘응답하라’ 시리즈 배우들의 작품은 잘 되지 않는다는 ‘응답하라 저주’라는 단어를 만드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작품의 흥행과 작품성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연석은 2016년 상반기부터 ‘그날의 분위기’ ‘해어화’ 두 편의 영화를 내놓았고, 지난 2014년에는 ‘상의원’ ‘제보자’를, 2015년에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 ‘은밀한 유혹’, 드라마 ‘맨도롱 또똣’을 찍는 등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했다.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그날의 분위기’의 문채원, ‘은밀한 유혹’의 임수정, ‘상의원’의 박신혜 등 상대배우 운도 좋았고, 배급사 역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고르고 또 골랐을 이 작품들은 그의 예상과 달리 흥행하지 못했고,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날의 분위기’는 65만 명, ‘은밀한 유혹’은 14만 명, ‘상의원’은 79만 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드라마 ‘맨도롱 또똣’ 역시 좋은 반응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영화는 ‘해어화’다.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를 배경으로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며, 극중 유연석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김윤우 역을 맡았다.

‘해어화’ 역시 캐스팅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작년 한 해 유일하게 로맨스 영화로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사랑받았던 작품 ‘뷰티 인사이드’에서 호흡을 맞춘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세 사람이 다시 한 번 뭉친 것 자체만으로도 화제였고, 시대극에 맞는 스케일과 다양한 볼거리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지난 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해어화’의 뚜껑이 열렸다. 기대만큼 좋았던 부분도, 기대를 해서 실망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일단 한효주ㆍ천우희가 부르는 노래와 유연석의 피아노 연주는 배우들이 직접 부르고 연주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수준급 실력이고, 40년대 경성을 재현한 세트장과 고풍스러운 한복, 개성 있는 양장과 기모노 등 화려한 의상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유연석이 ‘아리랑’을 연주하는 피아노 신은 피아노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며 유연석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화려한 배경, 아름다운 음악,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대사는 진부하고, 격정적으로 치닫는 결말은 적당히 마무리할 지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연석이 출연한 영화 중 ‘제보자’ ‘늑대소년’ ‘건축학개론’ 등 유연석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었던 작품도 있다. 하지만 ‘제보자’를 제외하면 유연석의 영화라고 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 그래도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유연석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는 선한 이미지부터 날카로운 눈빛까지 연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다양한 캐릭터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을 고르는 눈만 조금 더 키운다면 분명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좋은 작품’과 ‘좋은 결과물’은 그의 팬들보다는 유연석 본인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 싶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