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V] KBS, 과도한 ‘태양의 후예’ 띄우기.. 뉴스까지 나왔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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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1 '뉴스9' 방송 캡처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 신드롬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미드(미국드라마) 못지않은 영상미와 흥미진진한 전개, 여심을 사로잡는 배우들의 열연은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이어지며, 한동안 성적이 부진했던 KBS 드라마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너무 오랜만에 대박을 터뜨려서일까? KBS는 그동안 쌓여온 설움을 ‘태양의 후예’로 한꺼번에 날릴 태세다. 자사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태양의 후예’와 관련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있으며, 종영 후에도 4회의 스페셜 방송분을 선보일 계획이다.

KBS의 ‘태양의 후예’ 사랑은 뉴스에서까지 이어졌다. 지난 30일 방송한 KBS1 ‘뉴스9’에서는 ‘태양의 후예’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얻고 있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특히 배우 송중기가 연예인 가운데 처음으로 ‘뉴스9’에 출연해 10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9’이 송중기를 뉴스 스튜디오에 초대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연예인들의 뉴스 출연은 JTBC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의 뉴스들과 매주 월~금 오후 11시에 방송하는 KBS1 ‘뉴스라인’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하지만 소위 ‘9시 뉴스’라고 일컫는 메인 뉴스 시간대 연예인과의 대담은 그동안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일이다.

뉴스 스튜디오에 앉은 송중기의 모습은 낯설지만 신선했다. 역사 깊은 ‘뉴스9’에서의 대담인 만큼 많은 시청자들은 특별한 인터뷰를 기대했다.

하지만 앵커의 질문들은 ‘뉴스9’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뿐이었다. 드라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송혜교와 김지원 중 누가 더 끌리는지, 대체 불가능한 자신의 매력이 뭔지 묻는 질문들은 마치 팬 미팅에서 볼법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촉박한 생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송중기의 답변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는 등 단순한 묻고 답하기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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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 뉴스 캡처

최근 JTBC ‘뉴스룸’에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1대1 대담을 나누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뉴스에 출연한 스타들은 편안하게 진솔한 이야기들을 털어놨고, 특히 배우 강동원은 일기예보까지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면 ‘뉴스9’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송중기는 생방송으로 급박하게 진행되는 인터뷰에도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나갔지만 본인만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시간도 짧았고, 질문 수준에도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KBS는 송중기의 ‘뉴스9’ 출연으로 ‘윈-윈’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뉴스9’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은 전날 기록한 19.7%보다 3.6% 포인트 오른 23.3%였다. ‘태양의 후예’ 또한 지난 24일 방송한 10회 시청률 31.6%보다 0.3% 포인트 상승한 31.9%를 기록했다.

하지만 뉴스까지 동원한 KBS의 ‘태양의 후예’ 띄우기는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과연 한 배우와의 대담이 뉴스 시간의 20%를 할애할 만큼 가치가 있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KBS 드라마들이 오랫동안 침체기였던 만큼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가뭄에 단 비 같은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드라마, 잠깐의 이슈를 위해 보도국까지 총출동한 KBS의 선택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