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 A가 사망하자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상속인 B는 2004년 4월에 공동상속인 C로부터 A의 자필유서 사본을 전달 받았고, 같은 해 6월에 유언의 검인을 받으면서 비로소 자필유서 원본을 확인했다.
A의 자필유서에는 A가 C와 C의 자녀 D에게 자신이 소유한 E부동산을 각각 1/2 지분씩 유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에 B는 E부동산 중 1/2 지분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이에 D가 소송으로 B의 이전등기말소를 청구하자, B는 2005년 5월에 서면으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D는 B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됐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해외에 거주하다가 A의 사망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B로서는 유증사실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C로부터 일방적으로 교부된 A의 자필유언증서의 사본을 보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자기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유증이 있었음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2004년 6월에 유언의 검인을 받으면서 자필유언증서의 원본을 확인한 시점에서야 비로소 그러한 유증이 있었음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며, 따라서 그때로부터 1년이 경과되기 전인 2005년 5월에 B가 유류반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뜻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B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2006다46346)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대표변호사는 “이처럼 대법원은 해외 거주 등의 사정으로 인해 피상속인의 사망사실을 뒤늦게 안 상속인의 경우, 피상속인의 자필유언증서 사본을 본 시점이 아닌 원본을 확인한 시점을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이 유언이나 증여를 통해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상속인에게 그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여 그 한도를 넘는 유증 등이 있을 경우 상속인이 수증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와 관련 민법 제1117조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행사하지 않거나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전문 홍순기 변호사는 “제1117조가 전단에서 유류분의 반환청구를 1년이라는 단기간에 소멸시키려고 하는 것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한 증여라도 그 효력을 무효화 시키면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기산점을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이 개시되었다는 사실’과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때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사실들을 알 뿐만 아니라 ‘그러한 증여 또는 유증이 반환하여야 할 것임’을 안 때로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류분반환청구권이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과 1년이라는 짧은 시효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는 ‘상속이 개시되었다는 사실’,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 및 ‘그러한 증여 또는 유증이 반환하여야 할 것임’을 모두 안 때라고 해석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더 적합하고, 현재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상속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의 경우 사실관계를 어떻게 분석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법관을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상속사건에 대해 경력이 풍부한 전문변호사를 통해야 한다.
이에 홍 변호사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청구해야 한다는 점이고, 기산점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피상속인이 사망한 지 1년이 넘었다고 해서 바로 포기하지 말고 상속분쟁에 노하우를 가진 변호사에게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민우 기자 (lm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