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는 70개 밖에 없는데 관련 협회·단체만 다섯개나 됩니다. 소관 부처도 다르고 여기저기서 오라는 통에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최근 정부가 확정·발표한 `2016년 규제 정비 종합계획` 브리핑에서 국무조정실과 3D프린팅 산업 관계자 간담회 내용이 화제에 올랐다. `사전 허용, 사후 규제`가 핵심인 네거티브 방식 규제 개혁 배경을 설명하는 와중에 현장의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갖가지 규제와 부처 이기주의에 발목 잡힌 현실을 장장 5시간이나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각종 정책을 보완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는 듯하다. 규제 개혁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도 혁신 성과가 실제 현장에 뿌리내리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융·복합 신제품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지원하는 법률은 또 다른 예다. 산업부가 주관하는 `산업융합촉진법`과 미래부가 관할하는 `ICT 특별법`이 그것이다. 두 법안은 모두 신제품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지원한다. 산업융합촉진법은 적합성 인증, ICT특별법은 임시 허가제도를 이용해 융·복합 신제품이 시장에 우선 출시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하지만 두 법안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무조정실이 미래부와 산업부가 두 법안을 통합 운영하도록 조정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두 제도를 이용해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단 3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융·복합 제품 경계가 모호한 측면도 있지만, 양 부처 간 힘겨루기로 업체들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모든 규제를 없앤다고 산업이 곧바로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책 집행 현장에서 뿌리내리도록 사후 관리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낡은 규제뿐 아니라 부처 간 힘겨루기와 이기주의도 함께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