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관계 중첩된 부동산 분쟁, 의뢰인 감정부터 살펴야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 신드롬이 일며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단순 조립생산에 활용됐던 로봇에 인공지능이 접목되면서,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활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법률서비스의 경우 키워드나 음성을 인식해 관련 법 조항과 판례를 살펴보고 선고결과까지 예측해주는 인공지능이 국내에서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을까? 이처럼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 법무법인 선화의 김필중 변호사는 고개를 내젓는다. 한 마디로 말해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알파고가 결정적으로 유리했던 건 냉정하게 계산만 할 뿐 `흔들리는 마음`이 없어서 였다. 반대로 인공지능 변호가 불리한 이유는, 바로 그 마음이 없어 의뢰인들과 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김필중 변호사는 말한다.
"변호사의 업무는 다양합니다. 소송, 자문은 물론 부동산ㆍ상업 등기까지 일의 범위가 넓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수많은 판례와 법 조항 검색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를 만나는 의뢰인은 스트레스로 상당히 마음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과연 이러한 심리상태를 인공지능이 인지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인간처럼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만들어지지 않는한 변호사의 업무를 대체하기란 어렵다고 김변호사는 덧붙한다.
그는 지난 오래 전 아버지와 아들이 법정에서 만난 안타까운 사연 하나를 예로 든다. 당시 의뢰인은 아들과 함께 측량 감정에 참여, 서로 상당부분 토지가 침범해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구두로 교환계약을 마쳤으나 토지를 상속받은 피고가 이를 부인, 토지인도를 청구하게 된 사건이었다. 법률적으로는 ‘취득시효 완료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의 청구’건에 해당했다.
만일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그와 비슷한 사례들을 순식간에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의뢰인은 교환계약체결이 구두로 이루어졌고 이를 증명할 길이 없는데다 가족끼리 벌이는 법적 다툼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에 몹시 힘들어했다. 이럴 때 인공지능이라면 의뢰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없고, 가장 만족할 만한 해법이 무엇인가 제시하기 힘들다.
당시 김변호사는 의뢰인의 취득시효완성을 입증하기 위해 측량감정신청 및 현장검증신청을 한 후, 피고 주장의 부당함을 밝히고 해당 토지 주민들에게 사실 확인서를 받아 증거로 첨부해 1심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얻어낼 수 있었다. 피고가 항소했지만 동네 주민을 증인으로 불러 최종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그는 시대가 변해도 변호인의 가장 큰 덕목은 의뢰인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의뢰인이 무심코 흘리는 말 한 마디 속에도 분쟁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숨어있다. 엉킨 실타래의 처음과 끝을 찾기 힘든 만큼 다수의 권리 주장 중 어떤 주장이 가장 우위에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부동산은 대표적인 물적 재산으로서 상속, 이혼, 임대차, 사해행위 등 여러 권역에 걸쳐 분쟁의 중심에 있는 분야”라며 “법은 단순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검토해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김필중 변호사는 사해행위취소, 명의신탁, 임대차, 명도, 가압류가처분 등 복잡한 부동산 분쟁을 해결해내 ‘부동산’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인물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정아름 기자 (ja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