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널 기다리며’의 무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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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화 '널 기다리며' 포스터

‘포카혼타스(Pocahontas)’의 OST ‘바람의 빛깔(Color of the wind)’의 가사처럼 봄기운의 빛깔을 눈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춘삼월입니다. 영화 ‘널 기다리며’는 아버지를 살해한 살인범에 대한 복수를 위해 15년을 기다린 딸의 복수극을 그린 스릴러입니다.

작품 속에서 희주(심은경 분)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연쇄 살인범 기범(김성오 분)에게 잃습니다. 복수를 위해서 기범이 출소하기를 15년을 기다린 희주는 기범이 저지른 죄 값을 치르도록 새로운 살인 누명을 씌웁니다.

기범이 희주가 준비한 살인 누명에서 벗어나자, 희주는 기범이 죄 값을 치르도록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새롭게 살인 누명을 씌웁니다. 이와 같은 희주의 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무고죄를 통해서 보호하려는 것은 국가의 심판기능의 적절한 행사와 무고당한 사람의 법적 안정성입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무고한 경우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자신과 타인이 공범관계에 있다고 허위 신고하는 경우는 타인의 범행부분에 대해서는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자기를 무고하도록 교사한 경우는 무고죄의 교사범이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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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화 '널 기다리며' 스틸컷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허위 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한 경우여야 합니다. 허위 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로서, 그 신고된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이 형사처분 등을 받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객관적으로 진실이면, 정황이 다소 과장된 경우 혹은 죄명을 잘못 적거나 범죄주체를 잘못 적은 경우라도 허위 신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허위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고소기간 경과나 공소시효 완성이 분명한 경우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신고한 경우는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희주가 기범에게 새로운 살인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 기범을 살인범으로 오인할 상황에 둔 것은 자발적으로 허위 신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희주가 쫓기면서 신고하고 자살로서 기범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것 역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살해 위험에 대한 신고는 허위가 아니고 사망한 사람은 형사처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에서 희주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살인범의 출소를 15년 기다리듯 우리의 삶도 수 많은 기다림의 연속인지도 모릅니다. 무언가에 대한 기다림은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지쳐가면서 좌절과 절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실한 기다림은 막연히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기회, 때, 사람 등에 대한 우리의 기다림은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연습과 계획을 수반하는 가장 적극적인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많은 기다림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에서 기다림을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단어로 받아들일 때, 활력과 희망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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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사진 김현우 기자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기자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