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흐름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안하고 유럽발 은행 부실이 새롭게 도마에 올랐다. 북한 리스크까지 다시 등장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지난주 춘절 연휴로 휴장했던 중국 증시 개장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주요 리스크 지표 상승세 지속으로 변동성 장세가 이번주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인 순매도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 투자심리 위축과 글로벌 리스크 지표가 높아 부담으로 작용하고 대내적으로 북한 리스크 확대로 중국 등 외교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위험”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다시 문을 여는 중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 변화를 읽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초대형 글로벌 변수인 중국 증시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흐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연휴기간 소비활동이 활발했고 서비스업 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15, 16일 발표 예정인 1월 경제지표가 뚜렷한 회복세는 아니지만 소폭 개선됐을 가능성이 높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 기대를 거는 큰 이유는 내달 5일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라며 “부진한 경제지표에 따른 추가 부양책이 나올 전인대를 앞두고 정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인대도 단기 이벤트에 그친다는 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는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시장 동요를 진정시킬 대응책을 도출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금의 위기가 개별 국가 단독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국제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지난주 우리나라 증시는 코스닥지수가 1년 전으로 돌아간 것도 모자라 4년 6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12일 코스닥 시장은 장중 8% 넘게 폭락하면서 2011년 8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난 2001년 10월 15일 코스닥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도입된 후 실제 발동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장중 594.75까지 밀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 증시가 모두 초토화됐다. 최근 52주 주가지수를 보면 미국과 한국만 10%대 중반의 조정강도를 나타내고 있을 뿐 대다수 국가의 조정강도는 20%를 이미 넘어섰다. 이마저도 한국은 최근 수년간 박스피(박스권 코스피)에 갇혀 상승폭이 제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만이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46%가 빠졌고 러시아, 홍콩,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이 30% 이상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증시가 새해 시작과 함께 폭락한데다 국제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자본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럽 은행 부실이 부상하면서 금융위기 재현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9년 이후 진행된 강세장이 끝났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약세장 진입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로 작년 5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는 8조달러 가량 자금이 사라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조정은 강세장에서 일시적 반락으로 보기에 강도가 강하다”면서 “주가 조정강도로만 보면 2009년 이후 진행된 글로벌 증시 강세장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약세장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