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저성장·저물가·고실업률 등 ‘뉴 노멀’ 시대로 진입하고 각국 정부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산업 간 융합dmfh 가치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발표한 경제 성장률에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ICT산업과 이와 연계된 산업의 활성화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동통신 산업은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전체 ICT 발전을 견인해 왔다. 모바일 분야 발전과 파급효과가 매우 높은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향후에도 이동통신 분야 투자 확대와 이를 기반으로 국가 경제 성장 근간을 확충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 과제다.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 지속 성장 필요조건 중 하나는 핵심 생산 요소인 주파수 자원을 풍족하고 가급적 싼 비용으로 조기에 할당하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주파수 자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는 대규모 주파수 경매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파수 할당 정책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주파수 자원의 배분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사업자에게 주파수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둘째는 해당 주파수 자원 이용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편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효율적 주파수 사용권 부여를 위해 주파수경매제를 도입해 실행 중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이번 경매에서 세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할당대가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주파수 할당정책 본원적 목표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ICT산업, 특히 이동통신 산업은 그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효과도 크지만 최근 대다수 산업이 ICT와 접목해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타 산업으로 긍정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다면 부족한 주파수 자원 확보에 과도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산업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킨다. 전체적인 산업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오히려 전체 산업발전을 위해 경매 이후 투자 여력을 감안해 주파수는 합리적 가격에 할당하고 이동통신 기업의 지속 투자와 소비자 편익증진을 담보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주파수 운영 원칙과 경매 설계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은 아직까지 경매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정부 주도 주파수 발굴과 공급확대로 사업자 4G 인프라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향후 5G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주파수 경매 관련 컨설팅에서 ‘여러 국가 정부가 주파수 정책을 국가재정 도구로 보는 것 같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경매 수익금이 최대화되게 설계된 방안은 주파수 이용의 사회적 편익을 감소시키는 ‘후속적 비효율성(downstream inefficiencies)’이 초래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주파수 경매 목적이 정부 세수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서는 안된다. 통신사가 새로운 투자를 확대해 그 결과가 관련 산업에 파급, 전체 경제가 역동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설계·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이홍재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hrhee@aj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