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대로 애플제품 미국서 생산하면…

최근 도날드 트럼프 미국공화당 대선 유력주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애플의 컴퓨터와 애플 제품들을 미국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자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의 말대로 애플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무엇보다도 비용 앙등으로 인해 649달러(78만원)짜리 아이폰 가격이 35%나 오른 876달러(105만원)에 판매될 것이다.

애플인사이더는 21일 공화당 대선 유력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말대로 하게 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짚어봤다. 이를 소개한다.

■미국으로 제조업을 가져오겠다는 트럼프 약속의 오류

과연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을 시행하게 된다면 애플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트럼프의 선거유세 약속은 부분적으로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35%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데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애플 등의 기업이 미국서 제품을 생산하면서 제조인력을 미국으로 가져오면 엄청난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오류가 있다.

일단 외교적으로 말썽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중공업 중심으로 이뤄진 미국 제조산업 노동자들이 애플기기 같은 전자제품을 대량 생산할 때 충분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보여줄 데이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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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날드 트럼프 미국공화당 대선 유력주자가 “애플의 컴퓨터와 애플 제품들을 미국서 생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애플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당장 아이폰 가격이 오르게 된다. 아이폰 전용공장 근로자의 작업모습. 사진=애플

게다가 미국대통령은 보호관세를 매길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애플은 제품 생산 공급자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까? 전체부품 공급망의 상황을 제외하고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근로자 임금이 미국선 4배로 껑충

생산직 근로자 임금은 개도국 조립하청 생산을 논의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다.

중국 선전지역은 중국에서도 가장 임금이 높은 지역이다. 법정 최저 임금은 월 300달러(36만4천원)이다. 이는 미국제조업 근로자의 4분의 1도 안된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와이오밍주 근로자들은 한달에 160시간을 일하고 시간당 5.15달러(6천250원)의 최저임금을 받는다. 따라서 만일 미국에서 애플제품을 생산할 때 노동자 한명당 월급의 1.5배에 달하는 부대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이들 노동자 한명당 최저 임금 비용은 1200달러(145만6천원)가 된다.

물론 애플은 새로운 미국내 조립공장을 만들어도 하청업체를 두어 조립생산하는 방식을 고수하게 될 것이다. 애플은 이미 플렉트로닉스 텍사스 공장을 통해 맥프로를 조립생산하면서 이방식으로 급여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내 공장이전 및 조립생산만으로도 애플에게 엄청난 비용 상승 효과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애플이 로봇을 도입하면 되지 않을까?

■로봇설비도입을 찬성한다면

이런 비싼 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완전자동화 된 공장을 짓는 길 밖에 없다.

과거 스티브 잡스도 애플을 떠나 넥스트 컴퓨터를 만들던 시절 로봇공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인 적이 있다. 불행히도 이는 ABB(*아시아브라운보베리)같은 회사에 전화를 걸어 로봇을 주문하면 되는 그런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각각의 생산공정용 로봇을 특정 업무에 맞게 새로이 프로그래밍 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해도 여전히 로봇이 처리할 수 없는 유연한 작업공정이 생기게 된다.

게다가 로봇 도입비용도 비싸다. 기본적인 조립생산용 로봇 모델은 1만~2만달러(1천200만~2천400만원)에 이른다. 좀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비싼 로봇은 대당 10만달러(1억1천만원)에 이른다.

타이완 폭스콘은 중국내 아이폰 전용공장 조립라인에 약 35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평균 3만5천달러(4천200만원)짜리 로봇으로 대체한다면 여기에만도 122억5천만달러(14조8천억원)이 든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많은 현찰(1천200억달러 이상)을 가진 부자 회사여서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플 아이폰 원가 산정시 대당 노동비용을 5달러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로봇도입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내 애플 하청업체들은 맥,아이패드,애플펜슬,매직트랙패드 등 수많은 애플제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애플이 이를 미국내 공장에서 대체하려렴 더많은 로봇과 더많은 설비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애플이 제 아무리 창조적으로 제조 시설을 재구축한다하더라도 35%의 비용증가를 없앨 방법은 없다.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똑같은 아이폰에 더 많은 돈을 내려 들까?

게다가 애플이 미국서 애플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로봇생산공정을 도입하게 된다면 그나마 있던 공장노동자들을 추가 감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649달러인 아이폰 기본모델 가격은 876달러가 될 것이다. 애플은 현재 이 비싼 아이폰가격을 의식해 값싼 보급형 아이폰6c를 내놓으려고 하는 마당이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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