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디오 사업 전열을 정비했다. 오디오는 TV와 달리 전문 기업의 오랜 기술력이 시장을 좌우한다. 양사는 조직을 재정비하고 사물인터넷(IoT) 경쟁력으로 시장 판도를 뒤집는다는 계획이다. ‘TV 이후 먹거리’ 확보다.
이달 삼성전자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AV사업팀 팀장에는 채주락 전무가 유력시된다. 채 전무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개발실에서 오디오 제품을 개발, 연구한 사내 오디오 전문가다.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무선 360 오디오’ 개발, 출시를 이끌었다.
LG전자는 당분간 컨버전스AV(CAV)사업부장을 공석으로 둔 채 권봉석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부사장)이 직접 오디오 사업을 챙긴다. 권 본부장은 무선 오디오 제품 ‘스마트 오디오’, 사운드바, 고출력 오디오 ‘엑스 붐’ 등 고성장세를 직접 이끌어 오디오를 HE 중요 축으로 육성한다.
삼성전자는 AV사업팀을 신설, 10년 만에 오디오 사업 조직 독립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VD사업부 수익구조 다각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TV에서는 독보적 세계 1위 자리를 10년째 지키고 있지만 LG전자, 소니, 파나소닉에 비해 TV, 모니터와 같은 영상제품군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는 과거 ‘디지털오디오사업팀’을 운영하며 홈시어터, MP3플레이어 등을 내놓았다. 소니 ‘워크맨’에 대항해 주목 받았던 ‘마이마이’와 ‘윙고’도 이 시기 제품이다. 하지만 2006년 디지털비디오사업팀이 현 VD사업부 전신인 ‘디지털AV사업부’로 통합됐다. 이마저도 2년 뒤 MP3는 IT·모바일(IM)부문 전신 정보통신총괄로, 홈시어터는 VD사업부로 나뉘었다.
그 사이 업계는 삼성전자 생각과 다르게 흘렀다. 오디오 마니아층이 확대되며 시장 규모도 급속히 커졌다. LG전자, 소니, 파나소닉은 독자 오디오 조직을 꾸리고 보스와 젠하이저 등 전문 업체는 홈 오디오에서 포터블까지 확장하며 시장을 잠식했다. 삼성전자만 오디오를 독자제품이 아닌 TV 연계 액세서리로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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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 전략을 180도 선회,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활용한 스마트 제품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무선 360 오디오’를 내놓은 미국 캘리포니아 ‘삼성 오디오 랩’에도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LG전자는 CAV사업부에 힘을 실으며 오디오 경쟁력을 한층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구글과 ‘구글 캐스트’를 협력하며 스마트 오디오 기술이 한층 앞섰다는 평가다. 금성사 시절이던 1959년 국내 최초로 라디오를 개발하며 터득한 오디오 기술력에 ICT를 융합, LG전자만의 독자 영역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양 사가 새해 집중할 무선 오디오 시장은 성장세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무선 오디오 시장 규모는 2010년 150만대에서 연 평균 88% 성장해 2018년 66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보스, 하만 등 전통 오디오 업체도 잇따라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