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제염 실증 해외서 먼저…한전기술, 원전 해체기술 자립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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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는 계속운전 기간이 끝나는 2017년 이후 우리나라 원전으로선 처음 폐로처분 된다. 사진은 고리원전 1∼4호기 모습.

44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원전해체기술 수출 행보가 빨라졌다. 정부가 고리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원전 해체에 6163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우리 기업이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제염(除染)기술 실증플랜트 운영에 들어갔다.

21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기술은 방사성 세슘 오염소각재 제염 설비를 제작해 출하하고 해외에서 실증에 나선다. 이 설비는 세슘오염 소각재를 받아 제염 처리함으로써 방사능 오염도를 낮춘다. 실증 결과 제염율에서 종합적 성능을 인정받으면 수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증플랜트 적용 제염기술은 과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TRIGA) 부지 제염·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라늄과 세슘 오염 토양을 정화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한전기술은 2011년 기술료를 지불하고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았다. 이듬해 이 기술을 활용한 소규모 실증장치를 제작해 시연회를 가졌다. 시연회에서는 제염율 90% 수준으로 해외 원자력계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한국전력기술 제염 설비는 세슘 분리공정과 세슘 오염수 처리 두 가지 공정으로 구분된다. 세슘 분리공정은 건조 상태 세슘오염 소각재를 화공약품과 물을 넣은 수조 내에서 일정시간 교반(agitation)시키는 공정과 이 혼합액을 다시 소각재와 세슘액으로 분리하는 고액분리공정으로 나뉜다. 세슘 분리공정에서 나오는 제염된 소각재는 방사능이 허용기준치 이하로 정화돼 일반 매립장에 매립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세슘 오염수 처리공정은 물리적으로 분리돼 나온 세슘 오염액에 프루시안블루 등 세슘을 응집하는 화공약품 등을 첨가해 용존 세슘이온을 응집시키는 화학적 공정을 거친다. 이 혼합액은 물리적 고액분리과정을 거쳐 세슘이 농축된 슬러지와 맑아진 여과액으로 분리된다. 용적비율로 10% 미만 지정폐기물급(방사능농도 8000Bq/kg 이상) 소각재 슬러지와 환경방출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청정 상태 여과수로 분리한다. 두 과정을 거치면 지정폐기물(8000~100000Bq/Kg) 소각재는 비지정폐기물(8000Bq/Kg 이하) 소각재로 바뀐다.

한전기술 제염기술은 세슘에 오염된 소각재 제염율도 높지만 정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상업적 유연성도 뛰어나다. 해외 실증플랜트는 순수 연구 목적을 넘어 상용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성공하면 원전해체 시장에 필수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제염은 원전 해체 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며 분해된 자재 정화는 물론 토양 정화 등 해체 이후 환경 복원에도 사용될 정도로 적용범위가 넓어 기술선점에 따른 시장유발 효과도 크다.

정부는 고리1호기 폐로를 시작으로 원전해체 기술 연구에 나서 2030년까지 미자립 기술 확보와 고도화를 도모한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제염기술은 그동안 여러 선진국도 중도 포기했던 분야”라며 “우리 기술로 높은 제염율을 달성하고 상용 수준 플랜트를 운영하는 것은 세계 원전해체 시장 발전에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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