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첨단기술을 취급하는 변리사 자격을 아무런 조건 없이 자동으로 취득하고 있다. 제도는 변호사 수가 800여명이고 변리사 수가 30여명이던 55년 전에 만든 규정이다.
17대, 18대 국회에서는 변리사가 특허사건에 관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변리사법 규정이 있어도 변리사가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민사소송 실무연수를 받고 실무연수 시험에 합격하면 법정대리인인 변호사와 함께인 때에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자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번번이 법사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하여 장기간 방치함으로써 이 법안이 자동폐기돼 왔다. 20대 국회의 산자위원회는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규정을 폐지하는 변리사법 개정안과 변리사에게 실무연수 후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각각 폐기했다. 진통 끝에 만든 변리사법 개정안에 의하면, 변호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변리사 실무연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최소한 이런 정도의 연수마저 하지 않는다면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변리사법에 따라 변호사는 대한변리사회에 입회해 다른 변리사와 같이 변리사 실무연수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해 왔기 때문에 이제 과태료가 부과될 상황이 되자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자체 연수를 하겠다고 한다. 세무사법이 개정되어 변호사는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며, 세무장부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변호사는 특허청에 변호사 자격으로 변리사 등록을 한 후, 변리사 명칭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특허출원 업무마저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기술 분야로 전문화돼 있는 변리사 업무를 분석하여 보면 기술과 법률분야로 나뉘는데 법률 분야에 정통하다고 해 첨단기술 분야 업무까지 아무런 지식 없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며 상식에 맞지 않는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법률시장이 개방돼 미국과 유럽의 변호사가 한국에서 곧 법률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반 변호사가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외국변호사가 한국변호사와 동업을 하게 되면 한국 내외의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국회는 내년부터 특허침해사건의 2심을 고등법원에서 특허법원으로 관할을 집중시켜 전문법원으로 육성하는 관계법을 통과시켰다. 또 대법원은 장차 특허법원에서 영어로 된 소송서류를 접수하고 영어로 변론을 받겠다고 국제적으로 발표했다.
이런 환경에서 변호사로 하여금 아무런 연수도 없이 변리사 업무를 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지식산업시대의 조류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창조경제 취지에 반하는 일이다.
나는 2011년부터 시행된 지식재산기본법의 제정운동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지식재산기본법 제5조에 명기된 ‘지식재산과 관련되는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 지식재산기본법의 목적과 기본이념에 맞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과, 동 제21조에 ‘정부는 지식재산 관련 분쟁해결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소송체계를 정비하고 관련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규정에 비춰 합리적인 법안이 법사위원회를 통과하기를 기대한다.
김명신 명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mskim@msp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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