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원개발 서비스 시장 점유율 30%를 자랑하는 공룡기업 슐럼버거는 최근 자원개발 현장을 원격 제어하는 운영센터를 가동했다. 생산량 증대, 인건비 절감으로 연간 10조원 이상 추가 수익을 기대한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가 보유한 노후 유전 세마랭은 하루 생산량 5000배럴 규모에서 2년 만에 2만배럴을 뽑는 노다지로 변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이 협력사로 참여해 원격 관리-분석-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쿠웨이트는 국가적으로 ICT 유전관리에 나서 연간 80만배럴 증산 효과를 얻었다. ICT 구축에 18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1년 만에 투자비를 회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도 하라드3 유전에 스마트 유정을 설치해 생산량을 50% 이상 늘렸고 BP는 최근 HP와 손잡고 자원개발 전 분야에 ICT를 접목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투자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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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로 자원개발 생산성을 높이는 ‘디지털 오일 필드(DoF)’가 차세대 산업현장 혁신 키워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ICT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자원개발사업 참여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3일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세계 석유가스전에 DoF 구축 사례가 늘고 있다. DoF는 자원개발현장에 ICT를 접목해 석유가스전 현장 상황을 실시간 관찰하고 탐사부터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해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사람이 현장에 다닐 필요가 없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다양한 광구 정보를 얻는다. 추가 생산 여부도 쉽게 파악한다.
자원개발 관리 소프트웨어(SW) 등 과거에도 자원개발 ICT 접점은 있었지만 최근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무선통신 등 기술이 모두 융·복합됐다. 최근엔 저유가로 보릿고개를 넘는 자원개발업계 생존경쟁에 없어서는 안 될 무기가 됐다.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먼저 DoF 싱크탱크를 만들고 사업화에 나서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도 맞대응하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 앤드 마케츠(Markets & Markets)에 따르면 DoF 시장은 지난해 25조원에서 10년 내 40조원 규모로 성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SAP, HP 등 대표 ICT 기업도 DoF를 하나의 사업 축으로 보고 투자 중이다.
자원개발 업계가 DoF 투자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숙련된 자원개발현장 기술자가 유정 한 개의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평균 7.3시간이다. 이 가운데 유정은 6시간 이상 멈춰 있어야 한다. DoF를 도입하면 95분 만에 해결하고 유정은 단 5분간만 생산을 멈추면 된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자원개발 분야에 ICT 도입 사례는 석유공사 하베스트 사업이 유일하다. ‘워치도그(watchdog)’라는 온도, 압력 원격 제어 장비를 도입해 1000여개 유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자원개발 시장은 소수 메이저가 주요 자산을 확보한 뒤 남은 매물이 후순위 기업에 돌아오는 일이 많다. 메이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할수록 생산성이 좋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신뢰 부족으로 메이저 사업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DoF로 풀 수 있다.
자원개발 서비스 기업인 에너지홀딩스 박희원 대표는 “ICT기업이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과 우리 기업의 다리를 놓는 신자원개발 전략 구축에 나서야 할 때”라며 “석유·가스공사 등 우리 기업 보유 자원개발 현장을 대상으로 DoF 가능성과 적용 시 효과를 진단하고 ICT기업 가운데 가능성을 가진 후보기업군을 파악해 해외에 진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