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블랙스완(Black Swan)

17세기 말까지 수천년간 유럽인은 모든 백조는 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8세기 네덜란드 탐험가가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에서 흑고니를 발견하면서 통념은 깨졌다.

여기서 유래된 용어가 ‘검은 백조(블랙 스완)’다. 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일을 일컫는다.

미국 금융 분석가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2007년 월가의 허상을 파헤친 저서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증시 대폭락 가능성과 국제 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널리 사용됐다. 이 책에서 그는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고 월가에 최악의 상황을 경고했다. 경고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현실화됐다.

일상에서 검은 백조를 마주한다면 정말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경제에서 블랙 스완은 등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존재다.

내년 경제 전망이 어둡다. 세계 경제에 블랙 스완이 등장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은 내년 경제를 위협할 블랙 스완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한 유럽 위기, 중국경제 경착륙,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경기 오판 등을 꼽았다.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충격이다.

세계 경제 위축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어느 때보다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19대 정기국회 마감을 며칠 앞두고 국회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미처리 경제 활성화 법안이 쌓여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해관계에 얽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주된 기능은 국민을 위해 좋은 법을 만들어 국민이 안정적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가 위기에 선제 대응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기업과 국민이 세계 경제 흐름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길은 터줘야 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