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13>차원이 다른 기술혁신, 스마트폰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이 됐다. 우리는 혁명적 신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경쟁구도는 순식간에 변한다. 증기기관, 컴퓨터, 인터넷도 세상을 바꾸었지만 모바일이 몰고 온 변화는 이것들과 차원이 다르다.

파괴력 있는 디지털 기술의 가파른 발전으로 세상 변화가 얼마나 빨라지고 있는지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던 글로벌 기업일지라도 언제든 순식간에 몰락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 애플의 계속되는 혁신에 뒤처진 모토로라와 노키아가 그랬다.

2007년 6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 손안에 있는 것이 세상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며 아이폰을 내놓았다. 이로써 휴대폰 시장 지각변동이 시작된다. 혹자는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누기까지 한다.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 진출 10년 만인 1994년에 무려 60%라는 압도적인 세계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던 모토로라가 휴대폰 디지털화 시기를 놓쳐 머뭇거리는 사이 1998년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빼앗겼고 급기야 2011년 8월 구글에 모바일 부문을 매각했다. 당시 시장분석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강하게 묶은 애플, 구글과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 3강 체제로 각각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키워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피처폰 시대를 주름잡았던 노키아도 한순간에 몰락했다. 노키아는 1998년부터 13년간 글로벌 휴대폰 시장 최강자로 군림했다. 장기간 휴대폰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핀란드 국민기업으로 불렸던 노키아도 2013년 9월 휴대폰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피처폰 ‘빅5’(노키아·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소니에릭슨) 하나였던 삼성전자도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2008년 11월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 대항마로 옴니아를 서둘러 내놓아 소비자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브랜드 가치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6월 오랜 하드웨어 제조역량이 집약된 갤러시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반전 계기를 만들었고 지금은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21%, 애플 14%, 화웨이 9%, 샤오미·ZTE 5%, LG전자 4% 순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운용체계(OS)는 구글과 애플 양강 구도로 고착화됐다. 게다가 중국 제조사들은 생산 공장에서 혁신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샤오미는 거대한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차별화 전략으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용자를 친구로 끌어들여 입소문을 유도한 게 적중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인터넷에서만 판매한다. 전자상거래 경험이 풍부한 외부업체에 제품 보관·배송, 애프터서비스(AS)까지 아웃소싱한다. 그 흔한 길거리 광고 하나 없으니 마케팅 비용이 매출액 1%에 불과하다. 샤오미는 창립 4년째인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순식간에 1위에 올랐다.

스마트폰이 이전 신기술보다 더 혁신적인 이유는 편리성과 확장성에 있다. 신기술 확장성은 시장 파괴력에 비례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파괴적 혁신기술은 우리 삶의 패턴을 아주 짧은 시간에 바꿔놓는다. 인류 역사상 우수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수백년간 확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발명품이 안경이다. 이러한 안경도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탑재한 구글 글라스로 재탄생하고 있다.

세계 인구 72억명 중 27%에 해당하는 20억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2020년 스마트폰 사용자는 40억명으로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 한계를 뛰어넘는 웨어러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혁신이 또 다른 혁신을 낳는 시대다. 또 어떤 파괴적 혁신기술이 글로벌 시장 판도를 뒤흔들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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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