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3D 넘어서는 4D프린팅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프린터로 찍어내는 ‘3D프린팅’. 1970년대 처음 개념이 소개된 이후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기술로 각광받으면서 집중적으로 개발됐고, 현재는 일반인이 장난감 등 간단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보급형 3D프린터가 만들어질 정도로 확산됐다. 3D프린터로 인공 뼈를 만들어 치료하는 등 융·복합 시장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3D프린터의 한계도 있다. 출력물 크기의 한계, 부품을 만들 경우 조립해야 하는 문제 등등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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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D프린팅의 한계를 극복할 신기술로 ‘4D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3D프린팅에 자가변환과 자가조립 등의 개념이 더해진 것으로 크기 한계는 물론이고 조립의 불편까지 해소한 기술이다. 2013년 등장한 4D프린팅은 짧은 시간에 미래를 이끌 유망기술로 부상했고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불붙는 분야가 됐다.

◇프린팅, 3D 넘어 4D로

4D프린팅이라는 기술은 2013년에 처음 알려졌다. 미국 MIT 자가조립연구소 스카일라 티비츠(Skylar Tibbits) 교수가 ‘4D 프린팅의 출현(The emergence of ‘4D printing’)’이라는 제목의 TED 강연을 하면서 세상에 처음 소개했다. 이 강연은 누적조회 수가 210만회가 넘고, 27개 국어로 번역돼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4D프린팅 개념은 다중적 3D프린팅을 통해 복합물질을 형성하고, 자가변환(self transformation)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삽입한 기술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모양으로 변환할지는 미리 정할 수 있다.

즉 4D프린팅도 3D프린팅처럼 적층구조의 1차 출력물을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이 아니라 변신 장난감처럼 다른 형상으로 변하는 밑그림인 셈이다. 출력한 물체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가열, 진동, 중력, 공기역학 등 다양한 에너지 원천에 의해 자극받아 변환과 자가 조립한다.

4D프린팅 제품을 만들려면 온도나 습도 등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스마트 소재’를 사용해 3D프린터로 최종 제품의 설계도 역할을 할 제품을 출력해야 한다. 스마트 소재는 나무나 종이 등 기본적인 소재는 물론이고 형상기억합금이나 형상기업폴리머섬유 등 첨단소재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1차 출력물이 처음에 설계했던 조건과 만나면 모습이 변하면서 최종 원하는 제품이 만들어진다. 모습이 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조립도 할 수 있다.

MIT가 공개한 4D프린팅 사례를 보면 물과 만나 팽창하는 나무를 이용해 코끼리 밑그림을 출력하고, 이를 물에 담그면 코끼리 모형으로 변했다. 나무소재로 만든 결과물이 자가변환을 통해 최종 완성된 사례다. 또 다른 사례로는 종이로 만든 밑그림이 자가조립 과정을 거쳐 상자나 축구공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다.

4D프린팅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3D프린팅을 적용하는 의료, 건설, 로봇 등의 분야는 물론이고 자체변환과 자체조립을 이용하면 3D프린팅으로 할 수 없던 한 단계 진화한 일들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점쳐진다.

예를 들면 현재 3D프린팅으로 만든 인공뼈를 인체에 결합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위에 큰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4D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면 작은 인공뼈 밑그림을 만들고, 이를 최소한의 절개를 통해 몸 안에 넣은 뒤 인체 요소와 반응해 원하는 부위에 원하는 크기로 접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3D프린팅으로는 출력물 크기 한계로 적용에 제한적인 건축 등의 분야도 4D프린팅에서는 팽창하는 소재를 활용하면 대형 건축물 제작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

◇한국도 4D프린팅 기술 개발 시작

현재 4D프린팅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가장 먼저 4D프린팅 개념을 말한 나라답게 각 대학과 연구소들이 4D프린팅 소재와 활용방안 등을 연구 중이다. 특히 우주항공과 국방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가 많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군용차량과 전투기 등이 연구대상이다. 유럽과 호주 등도 4D프린팅 연구에 착수했다. 그러나 4D프린팅이라는 개념이 제시된 지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시제품 제작 정도에 그친다.

우리나라도 4D프린팅에 관심을 갖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이 연구를 시작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해 11월 개최한 ‘10대 유망기술 세미나’에서는 4D프린팅이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KISTI는 창의적 융합사회를 구현할 핵심 기술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정부도 3D프린팅에서 한 단계 진화한 4D프린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GIST ‘4D프린팅사업단’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추진하는 ‘4D프린팅 시뮬레이터 기술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전공학부 이용구 교수, 이종호 교수, 설재훈 교수, 함성일 교수 연구팀은 향후 3년간 1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4D프린팅 시뮬레이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3D프린터로 출력한 결과물(4D프린팅 밑그림)이 물리적 성질과 외부 환경요인 등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온도, 습도, 수소이온농도(pH) 등 외부 환경과 3D프린팅 소재 등에 따른 예측 값을 표준화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이를 다른 연구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서버를 구축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용구 GIST 교수는 “이미 훌륭한 연구 결과와 특허가 나와 있는 3D프린팅 분야에서는 한국이 후발주자지만, 4D프린팅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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