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특별기획]<6>이차전지·전기차 등 차세대 모바일 에너지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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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에너지 시장에서도 중국 공세는 거침없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기기용 소형전지부터 전기차 배터리까지 배터리 강대국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막강한 존재가 됐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을 가진데다 제품과 시장경쟁력을 높여가며 매년 10~20%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 기업 중국시장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중국 업계의 한국시장 진출은 늘고 있다. 중국 추격을 따돌리려면 배터리 소재 기술력 강화와 차세대 전지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치솟는 중국 시장 점유율

중국산 배터리는 소형과 중대형 분야 모두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2010년 2887㎿h 수준이던 중국 소형 배터리 판매량이 지난해 9100㎿h까지 늘면서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3.5%에서 21.1%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최신 스마트폰(배터리 용량 3100㎃) 10억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으로 중국은 매년 10~20%씩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중국 ATL은 글로벌 수준 리튬이온 기술로 10년 가까이 애플 아이폰 최대 배터리 공급사 자리를 유지할 만큼 소형 배터리 분야 강자다. 최근에는 중국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0%에 육박하면서 자국 내 배터리 공급이 유리하게 됐다. 삼성전자·LG전자 스마트폰을 포함해 각종 전자제품과 전기자전거, 전동기구, 골프 카트 등에도 중국 ATL과 리센·BYD 배터리 채택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역시 시장 초기부터 위협적이다. 2013년 136㎿h로 3.8% 시장점유율에 그쳤던 중국 배터리는 지난해 갑절 넘게 성장한 8.3%(423㎿h)를 기록했다. 올해는 내수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15%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중국의 시장 장악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B3 등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13년 1만9000대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245% 이상 증가한 약 8만대가 판매됐다. 이 중 자국 내 전기차(전기버스·전기택시·상용트럭 포함) 브랜드 대다수가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 자국 배터리 점유율 증가에 유리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국 배터리 채택도 가시화되고 있다. BMW가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중국 ATL 배터리 탑재를 검토하는 등 올해를 시작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중국 배터리 채택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위협적 시장 공략으로 당장 일본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1위 한국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기술평준화로 시장경쟁력 핵심인 광물자원을 확보한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등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진입장벽 높이며 한국 위협

올해 초 중국은 자국 내 늘어나는 소형·중대형 배터리 수요에 외산 제품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내놓았다. 자국 시장 보호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전지가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1위인 한국 핵심 기술까지 넘보고 있다는 우려다.

최근 우리나라 한 배터리 대기업은 서둘러 중국에 소형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웠다. 이미 한국과 중국 각각 80%와 20% 참여 지분으로 전지 셀 생산 공장 합작사를 두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외국 기업 합작사 설립 자격을 크게 제한하면서다. 경영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생산라인을 추가·신설하려면 올해가 데드라인이기 때문이다. 중국 외국투자청은 신에너지자동차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외자기업 지분을 내년부터 50% 이하로 규정했다. 지난 6월 한중 FTA 체결로 중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합작사 설립 말고는 중국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 합작사 설립도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배터리 대기업인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은 일찍부터 중국에 합작법인 형태로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중국 배터리 업계가 확보하지 못한 중대형 리튬이온 이차전지 기술을 갖고 있어 중국 입성 때 환영까지 받았다. 하지만 기술유출 우려가 더 커졌다. 지분 참여가 줄어드는데다 이들 대기업 신설 공장은 중대형 이차전지 핵심인 셀 기술부터 패키징 등 일괄 공정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은 단계적으로 셀 기술을 현지에 이전한다는 조항까지 계약에 넣었다. 한국과 일본만 보유한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 배터리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으로 배터리 셀 기술이 넘어가는 것은 우리로선 희망하지 않더라도 당연한 수순”이라며 “중국이 중대형 이차전지 셀 기술까지 확보하면 풍부한 원료를 무기 삼아 가격 면에서 한국과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 한국 진출도 공격적이다. 중국 유력 배터리 기업 ATL과 BYD가 소형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리센이 중대형 배터리 시장까지 진출했다.

올해 초에는 시장 검증을 마친 중국 유력 전기차 업체가 한국시장 진출을 잇달아 선언했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BYD와 상하이모터스, 중통버스는 우리나라 전기택시·전기버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기차 보급 지원 사업을 활용해 아직 초기 시장인 전기택시·전기버스 시장부터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기업은 우리나라 정부 보급 사업에 협력할 한국 파트너를 모색 중이며 일부 업체는 또 다른 중국 업체와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소재 기술 경쟁력 강화와 차세대 전지 개발 시급

배터리 업계는 우선 자원 확보 문제를 지적한다. 이차전지 제조 가장 앞단에 있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기초 광물을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어 앞으로 걱정이 크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완제품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지만 지역적 편재성이 강한 기초 광물을 중국이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며 “광물이 없으면 배터리 소재도 만들 수 없고,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심 소재 외부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광물자원 확보를 활용한 소재기술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차전지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재산업을 육성하려면 산업 간 융합이 대안으로 꼽힌다. 성능이 평준화된 소형전지와 달리 전기차용 전지는 소재에 따라 성능이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완제품 대기업과 소재기술력을 가진 중소·중견기업 주축으로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이 필요하다.

일본 경제산업성, 미국 에너지부는 이미 산업 간 융합 로드맵을 수립,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7대 신성장 사업 하나로 소재산업을 선정하는 등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전지 개발도 시급하다.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계뿐만 아니라 공기아연전지, 레독스플로 등 비리튬계, 비화학계 전지를 포함해 30여가지에 달한다. 이 중 대다수는 이미 기술개발을 마치고 실증사업이 진행되는가 하면 일부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리튬계 이외 다른 배터리를 활용한 개발 사업이나 실증사업은 찾아볼 수 없다.

<【표】국가별 이차전지 판매량 추이(단위 : ㎿h) (자료 :B3 2015년 1분기 보고서)>

【표】국가별 이차전지 판매량 추이(단위 : ㎿h) (자료 :B3 2015년 1분기 보고서)

<【표】국가별 이차전지 시장점유율 추이(판매량 기준) (자료 :B3 2015년 1분기 보고서)>

【표】국가별 이차전지 시장점유율 추이(판매량 기준) (자료 :B3 2015년 1분기 보고서)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