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택시 유가보조금, 경유택시 없이 다음달 시행

다음 달부터 유가보조금 지급으로 경유택시 운행이 장려되지만 당장 도로에서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작사가 아직 경유택시용 승용차를 출시하지 않았고, 최대 수요처인 서울시도 경유택시 운행에 사실상 반대하며 초기 수요 형성이 더딜 전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정한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침’에 따라 9월부터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킨 경유승용차 택시에 버스·화물차 수준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 연간 1만대에 한하며 리터당 345.54원을 지급한다. 정부는 경유택시 도입으로 LPG 일변도 택시 연료 다변화를 꽤하고 있다. 우리나라 택시 시장에서 LPG차량 비중은 98%에 달한다.

하지만 당장 대체 효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 자동차 제작사는 택시 전용 경유 차량을 출시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유로6 기준에 부합한 승용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경유용 택시 출시 계획을 아직 잡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SM5 디젤 모델을 출시했지만 유로5 기준에 맞춰져 있어 택시용으로 개조하더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환경부가 경유택시 제작·인증단계에서 배출가스 보증기간(거리)을 기존 16만㎞에서 19만2000㎞로 상향하는 등 관리기준을 강화하면서 제작사 부담도 늘어난 상태다.

출시된 일반 승용차를 택시용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LPG차량 대비 높은 차량가격과 개조 비용은 운수업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국에서 택시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 등록 택시는 올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시·도별로 보조금 지급 대수를 배정했는데 대기오염을 우려한 서울시는 환경부 경유 택시 관리 기준을 준용해 검증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약 7만2000여대 택시가 등록돼 있다. 전국 택시 등록대수 약 28%에 해당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료 다변화 취지로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교체 효과를 당장 보기는 힘든 상황이 맞다”며 “향후 연료가격 추세, 자동차 보급 추이와 맞물려 교체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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