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격(SMP)이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고 있다. 올해 초 ㎾당 140원대를 보이던 도매가격은 현재 80원대 중반을 오가고 있다. 전력도매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민간 발전업계 수익성 악화도 위험수위를 넘었다.
2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이 지난 5월 기점 ㎾당 100원 선이 무너진 이후 계속 떨어져 84원대에 머물고 있다. 여름철 냉방수요가 절정에 이르는 오후 2시와 4시 사이에도 90원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 수요가 줄어드는 주말에는 70원대까지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인다.
80원대 가격은 2007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동안 전력도매가격은 유가폭등이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면 120~140원 선에서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2008년에도 도매가격은 170원대가 최고치였다. 이후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한 2012년에 최고점인 211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조금씩 하락해왔다. 최고점을 찍는 데에는 5년이 걸렸지만 떨어지는 데에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폭락 수준 가격하락에 민간 발전업계는 극도의 우려를 보이며 향후 경영계획 수립조차 곤란해 하는 표정이다. 정부가 전력부족 대책으로 급하게 설비확충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가격하락은 예상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언급됐던 100원 선은 완전히 붕괴됐다. 계절적 호황기인 여름이 봄철보다 가격이 낮은 것도 이례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이론적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
전력거래소는 도매가격 폭락 이유를 공급 확대와 연료비 하락으로 꼽았다. 최근 2년 사이 멈춰있던 원전이 전력생산에 들어갔고, 신규 석탄화력과 전력부족 해결책으로 급하게 추가했던 LNG발전소까지 공급능력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 국제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하락세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LNG발전소 연료비 하락도 크게 작용했다. 가스공사를 통해 들여오는 장기계약물량은 국제가격 하락요인이 3개월에서 늦으면 5개월 뒤에 반영되는 데 지금이 그 시기란 것이다.
발전업계 반응은 둘로 나뉜다. 석탄화력 등 기저발전사업자는 도매가격이 하락했지만 연료값도 그만큼 하락해 크게 부담이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 사업자는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있다.
반면에 민간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된 LNG업계는 울상이다. 발전설비가 많아지면서 급전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에 가격까지 하락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효율이 높은 신규 LNG발전소가 도매가격 기준을 형성하면서 사업자 간 경쟁까지 치열해졌다. 그나마 급전지시를 받아 전력을 생산해도 마진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전력도매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사용량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에 저유가 기조와 국제 LNG가격 하락세는 여전한 상태다. 앞으로도 지어질 발전소가 많은 것도 부담이다. 일각에선 일부 사업자 시장 퇴출이 있기 전에는 도매가격 하락세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여름과 겨울이 와도 실적개선을 바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 계속되면 사업자 투자의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환정전 이후 연도별 전력도매최고가격/자료: 전력거래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