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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2012년 1월에 비해 5% 상승한 반면에 일본 엔화가치는 55%, 유로화 가치는 20% 정도 하락한 상황이다. 즉 3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 수출 제품 가격은 미국, 일본, 유럽산 제품에 비해 그만큼 높아졌고,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 제품 가격은 국산과 비교해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원화 가치 상승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반비례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원화 상승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은 나라 안팎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수출 규모가 정체 또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판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인센티브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어 완성차 업체 수익성은 이래저래 출혈이 심한 편이다. 이런 출혈은 곧바로 연구개발(R&D)과 인력 투자 여력 등 미래성장 잠재력에 부담을 준다. 여기에 환율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생산보다는 현지 생산을 위한 해외 투자를 계속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어 국내 생산 기반도 위축되고 있다.
반면에 수입 자동차는 그만큼 가격경쟁력 여유를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국내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는 자체 시장 방어에도 급급하다.
또 원화 상승은 수출과 수입 양면 관세를 함께 낮추는 FTA에서도 결과적으로 수입차의 공격적 마케팅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된다. 이에 따라 유럽과 자동차 교역수지는 금액기준으로 이미 역전됐다. 한국산 자동차 생산이 더 늘지 않는 상황에서 FTA는 환율 영향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수출보다 수입 효과를 더 크게 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자동차 부품은 장기간 물량 납품 계약 관행으로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부품의 글로벌 소싱 차원에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다른 나라 부품 회사로 조달처 전환을 검토하고 있고, 국내의 외국인 투자 완성차 회사들은 부품 일부만 해외 조달로 전환하게 되면 한국산 원산지 요건을 맞출 수 없어 해외 수출 시 FTA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영 압박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국내 부품 업계는 당연히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을 받게 돼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피할 수 없고 수익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 고전과는 반대로 외국 업계, 특히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는 등 약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은 10% 감소했지만, 도요타는 10%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도 지난해 역사상 최초로 240만달러 규모 대일무역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다시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뛰어 넘어야 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오히려 뒤처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환율로 인한 자동차 제조 분야의 어려움은 기계, 철강, 화학 등 다른 제조업에서도 동일한 여건이다.
이제 환율 문제는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이고 외생적인 악조건이 되고 있으며, 우리 제조업은 가랑비에 옷이 흥건히 젖듯 멍들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가 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한 상황 인식 아래 금융 통화정책과 외교정책, 산업정책의 머리를 맞대고 방어 전략을 실행해 주l 바란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yonggeun21c@kam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