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6개국과 핵 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경제 제재가 이르면 7월부터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 원유 생산·수출량이 늘어나면 국제 유가가 다시 출렁일 수 있다. 다만, 타결안에 대한 미국·이란측 해석이 판이해 가시밭길 정국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 원유 증산…국제유가 향방은?
최종 타결까지 간다면 국제 석유시장에서 이란산 원유 비중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로 시장에서 이란 입지는 좁아들었다. 이란 원유 수출량은 2011년 하루 평균 250만배럴에 달했지만 경제 제재로 2013년엔 하루 110만배럴로 급감했다.
이란은 원유 생산량을 현재 두 배인 하루 200만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핵협상 타결 직후 “제재가 풀리면 2개월 안에 원유 수출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핵 협상 타결 직후 “이란이 국제 원유 시장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EA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이란 하루 원유 생산량은 352만배럴로 세계 6위다. 현재 비축물량은 지난해 OPEC 하루 생산량과 비슷한 3000만~3500만배럴 정도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나임 아슬람 에바트레이드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하루 평균 100만배럴 원유를 증산하면 유가는 단기간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급격한 시장 변화 가능성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1년 이상 동안 이란산 원유가 원유 시장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6월까지 세부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란 핵개발 시설 변경, 원심분리기 해체 등이 순조로워야만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가 최종 풀릴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계 ‘제2 중동붐’ 기대하면서도 유가 하락에 촉각
이란산 원유 비중 증가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정유사다. 도입처 다변화로 원가 절감을 꾀할 수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실적 악화는 큰 부담이다. 우리나라 정유4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회사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다. 두 회사는 2011년 8718만배럴(92억달러)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가 이듬해 미국 요구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줄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4492만배럴, 금액으로는 45억달러가량이다.
금수 조치가 풀리면 정유사는 이란산 원유를 신규로 도입하거나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란산 원유 비중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구매비용 절감, 도입처 다변화 같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득이 된다면 도입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유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은 큰 부담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커지고 정제 마진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건설·플랜트업계는 이란발 중동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 제재 완화로 정유, 석유화학 시설 및 관련 인프라 건설로 향후 100조원 이상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
자료: 한국석유공사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