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E=MC2’이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정의하는 창조경제 개념이다. 본래 E=MC2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지만, 김 원장이 창조경제(Economy of creation)에 적용했다. 융합(Convergence)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Creation), 사업화를 통해 돈(Money)을 버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ETRI는 올해부터 연구조직을 이원화한다. 출연연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업별 특성에 따라 원천형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체계로, 융합형은 일몰형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연구원 총괄전략책임자 역할을 전담하는 CSO(Chief Strategy Officer) 체제를 도입한다.
ETRI는 융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큰 성과가 여기서 나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올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융합연구단을 추가 선정할 예정인데 두세 개를 ETRI가 끌어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ETRI는 현행 수행과제를 올해 말 300개까지 줄이기로 했다. 구습을 타파하기 위해 ‘체인지 ETRI 1-1-1’ 운동도 추진한다.
지난해에 이어 중소·중견기업 지원 및 육성을 통한 ‘백만조(百萬兆)’ 전략도 이어간다. 창업 및 연구소기업 설립을 통해 중소기업 100(百)개 설립, 500개 기업지원으로 1만(萬)명의 고용창출, 500개 기업당 20억원씩의 매출을 늘려 1조(兆)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경영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
▲세계 일등 기술 9개, 핵심원천기술 37개 등 혁신연구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표준분야에서는 국제표준승인기고서 90건, 국제표준특허 50건 등 지식재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술료 수입은 500억원, 상용화 현장지원 400명, 연구소 기업 설립 7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적 연구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출연금을 1000억원대로 확대한다. 또 직할 부서별 5-2-3프로젝트를 추진한다. 500개 과제를 200개 줄여, 300개로 만들자는 것이다.
직급·세대·부서 간 화합을 통해 신바람 연구문화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직할부서별 자율적으로 ‘ETRI 일심동체’ 운동도 펼쳐간다.
-창조경제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한 기업지원 방안은.
▲눈여겨볼 만한 지원책은 1실 1기업 맞춤형 기술지원이다. 한 개 연구실이 한 개 관련 중소기업을 밀착 지원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가상연구소 역할을 수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은 연구인력 부족으로 기술력 애로를 겪기에 후속 신제품 개발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들이 겪고 있는 인력과 시설, 장비 난을 해결해 주자는 것이다.
지난해 139개 연구실이 167개 패밀리 기업을 지원했다. 비용절감 효과는 102억원, 기술 개발 기간은 743개월 단축했다. 고용창출도 1490명, 매출은 2600억원 늘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고성능 장거리 광통신부품 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 에이알텍도 지원 성공 사례다.
누리텔레콤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현장 시험검증 지원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진출해 28억원 이상 매출 성장을 가져왔다. 향후 국내외에서 수백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170개 이상의 기업을 1실 1기업으로 지원한다. 글로벌 히든 챔피언 탄생도 머지않았다.
-에트리홀딩스를 통한 창업과 기업 활성화 방안은.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강한 창업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제 1조건은 기업으로 자금(피)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흐르는 일이다. 올해 상반기 ‘ETRI 엔젤펀드’를 결성할 것이다. ETRI 고유 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이 엔젤펀드는 창조경제를 키우는 공격적인 투자 재원이 될 것이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선 최장 6년까지 창업휴직을 허용하고 있다. 또 창업자가 휴직기간 중 복직을 요구하면 즉시 원 소속부서 및 업무로 배치한다.
-ETRI가 좋은 성과를 많이 내기 위한 철학과 계획은.
▲창조비타민에 주목하고 있다. IT를 산업에 접목하는 일이다. 융합이 가장 먼저 시작된 분야는 조선이다. 선박의 정보 수집 및 각종 센서를 컨트롤할 수 있는 ‘SAN(Ship Area Network)’기술이 대표적이다.
중국으로 넘어간 많은 컨테이너선 발주 물량을 다시 우리 조선업계로 끌어오는 효과를 거뒀다.
현재는 자동차, 물류, 의료 등 모든 전통산업 분야에서 IT와 융합을 주도하고 있다.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세계 최초로 기가 모바일 서비스를 시연할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 아이템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대형과제를 위한 정책과 R&D체계 개선 방안은.
▲대표적으로 기존 4G 대비 1000배 빠른 5G 이동통신 기술과 가상현실〃홀로그램〃4D기술 구현을 위한 실감형 콘텐츠, 실시간 재난안전 위협요소 감지 및 대응기술, 스마트 자동차 등 ICT 융합,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기술, 빅데이터 처리 플랫폼,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 등이다.
미국은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Smart America Challenge)’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그 외 주요 선진국들도 미래수요를 고려해 기초·원천형 융합기술을 개발 중이다.
ETRI는 ICT 특성(센싱·지능·증강 등)을 기반으로 사회적 니즈(친환경, 사회안전망, 질병진단·치료, 재난·재해 대응 등)를 결합해 홀로그램 융합, 스마트 생산, 헬스케어, 자율주행 이동체, 소셜미디어 기반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 등 융합분야를 선도할 계획이다.
중대형과제 기획을 통한 기초〃원천기술 분야 투자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고, ICT 산업에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핵심기술개발 과제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지식재산권 소송 계획 및 그동안의 결과는.
△3G 이동통신 표준 특허로 대략 17개 기업으로부터 1000억원을 벌어 들였다. 대부분 소송 전 협의를 통해 처리됐다.
올해는 LTE나 와이파이, 유선통신 표준 특허나 특허풀을 활용한 소송 등으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해 개인적인 소망과 목표가 있다면.
△2045년은 광복 100주년이 되는 해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에는 대한민국이 경제력이나 위상이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30년을 위한 시동을 올해부터 거는 것이다.
광복 100주년 때는 진정한 대한민국(The Great Korea)이 구현돼 있을 것이다. 세계 1등 국가를 위해 준비하고 실천해 나가자.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ETRI 올해 주요 R&D 계획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단사업, ETRI 연구개발지원사업 등 중대형 과제를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국가과학기술 정책 및 ETRI 중장기 기술개발 계획과 연계해 미래산업 원천기술, ICT 융합기술 및 공공분야 핵심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ETRI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1호 융합연구단(실용화형)인 언더그라운드 세이프티(UGS) 융합연구단을 출범했다. 지하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기술 분야 연구능력을 보유한 ETRI·건설연·철도연·지자연 연구진이 모여 드림팀도 구성했다.
UGS는 지하 공간 상황을 조기 감지·예측·대응 가능한 IoT 기반 지하 공간 그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3년 내 상용화가 목표다. 국내 지자체 적용 뒤에는 중국 신도시 수출을 추진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u헬스 IoT를 비롯한 클라우드, 모바일 클라우드, 스마트패드 등의 기술을 개발해 ETRI에 먼저 시범 적용할 계획도 세웠다. 종이 없는 연구소를 먼저 보여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올해 제2호, 제3호 융합연구단을 추가로 유치해 출연연 융합연구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SW·콘텐츠 기술, 테라급 광-회선-패킷 통합 스위칭 등 네트워크 기술, 사용자 맞춤형 실감방송기술, 5G 등 이동통신분야 핵심원천 기술 개발을 중점 추진한다.
다른 산업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유전체 분석용 슈퍼컴퓨팅 기술, ICT 힐링 서비스 플랫폼 기술, ICT기반 차량·운전자 협력 자율주행 기술 등 ICT 기반 융합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한 공공기술 개발에도 R&D 역량을 투입한다. 사이버 공격 인지·추적 등 정보보호 기술, 세이프 네트워크 기술, 차기위성 핵심 기술, 전파자원 이용가치 극대화 기술 등 국가 공익형 핵심 기술 개발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흥남 원장은 “ICT는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를 창출하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ETRI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흥남 원장은
대표적인 연임 케이스다. 2009년부터 6년째 우리나라 ICT R&D의 메카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이끌고 있다.
김 원장은 ETRI 위기론을 내세워 조직과 시스템 개혁에 공을 들여왔다. ICT 국가대표론과 ICT 이노베이터, 혼창통이 기본 경영 철학이자 ETRI 트레이드 마크다.
ICT 국가대표론은 ETRI가 정보통신(IT) 분야의 국가대표 연구기관을 넘어 ‘내일을 위한 상상(Imagination for Tomorrow)’을 지향하는 창조적 혁신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ICT 이노베이터(Innovator)는 미래를 창조하는 ETRI 비전을 한마디로 표현한 얘기다. 혼창통은 ETRI 인재상이다. ‘혼’은 도전과 열정, ‘창’은 창의와 혁신, ‘통’은 소통과 배려를 의미한다.
임기 동안 ETRI를 3년간 연속 미국특허 종합평가 1위 자리에 올려놨다. 특허강국인 미국 MIT나 스탠퍼드대, 독일의 프라운호퍼를 눌렀다.
김 원장은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0년 서울대 전자공학과(75학번)를 졸업했다. KIST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1987년 미국 벨 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전산학으로 석사학위를, 199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서 전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1년간 연가를 내 미국 MIT슬로언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전략&혁신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부터 ETRI 내장형 SW 연구팀장을 맡아 임베디드 SW 전문가로 본격 활동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임베디드공학회장을 맡고 있다. 또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한국지식재산학회 부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