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혁신경제 구슬을 꿸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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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역동적 혁신경제’ 계획은 이전 창조경제 정책과 비교해 진일보했다. 세밀하고도 힘이 있다. 창업→성장→회수→재도전까지 기업 지원정책을 체계화했다. 정책금융으로 무려 180조원을 푼다. 특히 숱한 기업을 좌절시킨 ‘죽음의 계곡(데스밸리)’과 ‘연대보증’을 없애겠다는 정책 의지를 산업계는 높이 샀다.

도약기 중소·벤처기업이 돈과 지원 부족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스밸리다. 여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 판로까지 지원한다. 그래도 실패는 나오게 마련이다. 실패한 경영자 재기를 연대보증이 가로막는다. 정부는 연도보증 면제 제한과 가산 보증수수료를 없애 패자부활 환경을 조성한다.

방향부터 실행까지 잘 짠 혁신경제 계획이다. 부처 간 협업 덕분이다. 미래부, 산업부, 방통위, 금융위, 중기청 5개 부처가 주제별로 조율을 잘 했다. 나왔던 정책도 이렇게 묶어놓고 보니 벌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정도다.

관건은 실행이다. 부처 간 시차가 생긴다. 졸속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혁신경제 골든타임’이라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절박감을 넘어 조바심까지 읽힌다. 각 부처가 시간에 ?긴 나머지 실적내기에 급급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인용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기관 협업과 네트워크 강화를 강조했다. 맞는 말인데 정작 구슬을 꿸 이가 없다. 누군가 주도적으로 협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아무도 없다.

일선 현장뿐만 아니다. 정부부처에도 세부 실행과제를 잘 추진하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방향까지 바꿀 사람이 없다. 과제별 조정자를 두고 권한까지 줘야 혁신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 1년도 길다고 보직이 바뀌는 관료사회다. 조정자 보직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무리 할 내년까지 바꾸지 말 일이다.

일부 과제는 실효성이 적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민간 전문가, 특히 기업 의견을 실행 단계에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과제별 자문단을 구성해 민간 참여를 높인다면 가뜩이나 ‘관 주도’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씻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혁신경제 전반을 총괄하고 지휘할 조직이 없다. 미래부가 이 역할을 하면 좋으련만 다른 부처 하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 토를 달 수 없다.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은 이것 말고도 할 일이 수두룩하다. 청와대가 당분간 직접 챙길 일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인적쇄신 요구를 일축했으나 조직 개편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특별보좌관단(특보단)을 신설한다. 그런데 정무, 홍보와 같이 대외 소통에 집중할 특보단이다. 힘도 약하다. 정책실 부활설이 나온다. 경제수석 겸임설도 있다.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 살리기 현안에 치일 경제수석이 미래형인 혁신경제까지 과연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래전략수석에 경제수석 산하 산업통상자원, 중소기업 비서관 기능을 합쳐 확대 개편하면 어떨까. 경제2수석 개념으로 혁신경제를 전담하는 구조다. 엄연히 경제수석이 있어 가당치 않은 조직일 수 있다. 그러나 혁신경제로 미래 30년 경제 기틀을 잡겠다는 박 대통령 의지라면 못 할 것도 없다. 어떤 형태라도 좋다. 혁신경제를 챙길 자리를 청와대와 정부 곳곳에 둬야 의지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음 정부까지 이어갈 수 있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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