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습, 국부 유출.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한 반응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 유입과 달리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이윤을 ?는 점에서 똑같은 자본인데 중국 자본에만 너그럽지 않다.
물론 학습효과 탓이다.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직장폐쇄 단계에 들어간다. 쌍용차 사태는 6년째 접어든다. 두 회사를 인수해 기술만 빼가 망가뜨린 중국 자본이 새삼 괘씸하다. 그런데 이른바 ‘먹튀’는 중국 자본 전유물이 아니다.
외환은행을 인수해 4조원 넘는 이익을 챙기고 떠난 론스타는 미국계 사모펀드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적자임에도 1조원대 배당 시도로 먹튀 논란을 빚는다. 금융뿐만 아니다. 대우차를 헐값에 사들인 미국 GM,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 자본에만 ‘전과자 낙인’을 찍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아무래도 거침없는 성장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 산업과 경제를 양분한 중국 기업과 자본에 대한 공포도 작용하는 듯하다. 아는 것마저 없으니 더 무섭다. ‘짝퉁’이라는 무시나 폄훼도 두려움의 다른 표현이다.
수출로 번 달러가 쌓여 처치 곤란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금융사에 해외 투자를 유도한다. 금융투자뿐만 아니라 자원 개발, 부동산·기업 매입 등 해외 직접투자(FDI)를 독려한다. ‘차이나 머니’를 세계 곳곳에 뿌리는데 한국에 오는 것은 극히 일부다. 제주도가 중국 땅이 됐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중국의 뉴욕, 런던 부동산 투자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간 부동산에 치우쳤던 국내 차이나 머니가 최근 금융투자, 기업인수로 넓어졌다. ‘먹튀’ 우려도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다.
한 때 한국 기술을 빼내려 애를 썼던 중국 기업이다. 지금은 우리가 넘보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글로벌 기술기업은 우리보다 훨씬 많다. 기술 경쟁력도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핵심 기술을 빼면 우리보다 앞선다. 되레 우리가 중국 기술기업을 벤치마킹해야 할 처지다. 냉정하게 말해 중국 기업이 한국에서 빼낼 기술이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중국 기술기업은 미국 기술기업과 맞서기 위해 한국 기술기업, 특히 중소벤처 혁신 기술을 접목하려 한다. 게임콘텐츠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장비, 소재부품 등 정보통신기술(ICT) 하드웨어 분야가 그 대상이다.
이 분야 중소벤처 혁신기업은 좋은 기회다. 미국과 중국 기술기업의 높아진 관심을 적극 활용하고 경쟁까지 시키면 더 좋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꾀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시장을 평정한 미국 기술기업보다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화웨이, 샤오미,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기술기업에 더 활용 가치가 있다.
먹튀 비난은 외국 자본만 향할 게 아니다. 오히려 원죄는 중소·벤처 기업과 기술 가치를 알지도 못할뿐더러 인정하지도 않으며, 생태계로 보듬지 않은 국내 대기업과 금융사에 있다. 국내 산업과 기업 역차별 정책이나 내놓고, 대기업과 금융사 불공정 거래를 방치한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차이나 머니가 대기업과 금융사엔 습격일지 몰라도 중소·벤처 기업엔 가물 속 단비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앞으로 더 늘어날 차이나 머니다. 이를 어떻게 ‘레인 메이커’로 만들지 고민할 때다. 막연한 공포감은 엉뚱한 고민으로 이끌 뿐이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