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로 보는 산업분석]<6> 뿌리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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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일본·독일·미국 등 제조 선진국이 앞다퉈 키우는 산업이 있다. 뿌리산업이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등을 통해 제품의 형상을 제조하거나 열처리, 표면처리 등을 활용해 소재에 특수한 기능을 부여한다. 이 기술들로 완성품이 만들어지고 기술경쟁력이 고스란히 완성품에 담겨 ‘뿌리기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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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특허무효심판청구건 중 무효율 추이 <자료: 특허청>

일본은 모노쯔꾸리(좋은 물건을 만드는 장인정신) 문화를 기반으로 기술고도화와 인재 양성, 글로벌 브랜드화의 3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하이테크 전략’으로 뿌리기술을 포함한 17대 첨단기술 분야를 지원하고 미국은 ‘제조업 부양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제조업증강법을 시행했다.

우리나라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완성품업체들이 있는 만큼 뿌리산업의 비중도 크다. 국내 뿌리기술 전체 시장 수요의 절반가량을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차량 한 대를 만들 때 6대 뿌리산업은 부품 수 기준 약 90%, 무게 기준 86%가량을 차지한다. 조선산업에서는 선박 한 척을 만들 때 용접 관련 비용만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35%다. 첨단기술이 필수인 IT에서도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영세한 뿌리기업들 특허경쟁력도 낮아

국내 뿌리기업은 대다수가 영세하다. 종업원 수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이 전체의 99.7%고 10인 미만 사업체가 68.4%에 달한다.

특허경쟁력도 낮다. 종업원 10인 미만 기업의 특허보유 건수는 평균 0.2건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인 업체들은 평균 76.7건이다. 뿌리기술 분야 특허는 지난 2010년 기준 67%가 대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 나왔다.

특허 무효율과 출원 거절률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선행기술자료 검토 역량이 부족하고 청구 범위 설정 능력이 떨어지는 게 주원인이다. 지난해 전체 기술 분야의 특허 무효율은 49.2%였지만 뿌리기술 분야는 56.8%다. 출원 거절률도 2010년 기준 전체 기업 평균(20.3%)보다 높은 26.4%를 기록했다.

◇특허 기반으로 세계적인 ‘명품 뿌리기업’ 거듭나야

국내 뿌리기업들은 완성품업체의 성장과 함께 자라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 성장세 둔화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진입으로 성장과 도태의 기로에 놓였다. 이대로라면 업계는 물론이고 국가 제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정부도 뿌리기술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기술 권리인 특허는 곧 뿌리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신기술을 특허로 보호해 활용하는 것은 이제 필수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시행한 뿌리산업 실태조사 결과 뿌리기업들은 자금력·기술인력 부족이 연구개발(R&D)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소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술 전문성을 갖춘 관련 분야의 전문 변리사를 선정해 권리의 범위를 설정하고 출원 등을 맡기고 사내 기술개발 인력들이 기술 설명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사후관리도 필수다. 해당 내용이 명세서, 특히 청구 범위에 포함됐는지의 여부를 출원 전 검토해야 한다. 출원 후 보정 단계에서도 작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살펴보고 의도와 맞게 권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성공한 사례도 있다. 금형업체 제일정공은 이중사출기술을 활용해 LCD TV 외장프레임을 주요 협력사의 주력 제품에 적용했다. 해당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조업체 진흥주물도 독자 기술로 내구성이 뛰어난 트럭용 차동기어박스를 만들어 특허를 출원해 글로벌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제조업의 고급화·첨단화는 뿌리기술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정부 지원과 함께 업체 스스로 특허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 우리나라도 독일의 헹켈 같은 세계적 명품 뿌리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