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솔로데이`와 `빼빼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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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1월 11일을 ‘알리바바의 날’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1’이 넷이나 겹쳐 ‘광쿤제(光棍節·솔로데이)’이라고 불린 이날 10조2360억원 매출을 올렸다.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 할인 판매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상거래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 넘어갔다는 점과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미국도 블랙 프라이데이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사이버 먼데이’ 매출이 는다. 두 매출을 합쳐도 알리바바 하루 매출에 미치지 못하니 중국이 세계 시장의 중심임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알리바바 사이트에 무려 217개국 소비자가 몰렸다. 미국 소비자 주문 액이 홍콩, 러시아에 이어 3위다.

이쯤 되면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시작하는 미국 쇼핑 철에 집중한 세계 제조업체 전략도 바꿀 만하다. 1~2월 춘절, 10월 건국기념일 등 중국 쇼핑 철을 더 챙길 일이다.

시장뿐만이 아니다. 중국 기업은 미국 기업과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패권을 양분했다. 이른바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양립 시대다. 샤오미까지 가세해 진용도 똑같다.

중국 기업은 미국 기업처럼 금융과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Financial+Technology) 시장까지 손을 뻗쳤다.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대출·자산관리·크라우드펀딩까지 가리지 않는다. 적극적인 벤처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세계 기술벤처 산업계에 ‘큰 손’이 됐다. 한국 벤처 생태계마저 집어삼킬 태세다.

지난 10년 간 성공 신화라고는 카카오뿐인 한국 기술벤처 산업이다. 게임업체를 빼면 글로벌 성공 사례도 거의 없다. 게임업체도 이제 중국 품에 안겨야 산다. 한국 온라인 게임을 팔아 성공한 텐센트가 지금 한국 게임, 특히 모바일 게임 산업을 쥐락펴락 한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카톡’보다 늦게 내놓고도 세계 1위로 구글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다음카카오 2대 주주다.

미국과 중국 기업 등쌀에 시달릴 한국 기술 산업이다. 그나마 숨 쉴 여지가 있는 한국 시장마저 빼앗길 판이다. 알리바바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야후처럼 지분 투자 이익이라도 건지는 기업도 없다.

그러면 우리 기업이 미국과 중국 기업에 기대어 ‘입에 풀칠이나 하는 신세’로 떨어진다는 말인가. 꼭 그렇지 않다. 쉽지 않겠지만 반전 기회가 분명 온다.

미국과 중국 기업은 서로 무차별 경쟁을 벌인다. 양국 기업 간 경쟁보다 자국 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하다. 전자상거래, 검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결제서비스까지 온통 난타전을 벌인다. 차별화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벤처기업은 이 경쟁 구도를 이용해 몸값을 높일 수 있다. 구글과 애플 모바일 패권 다툼에 한국 스마트폰업체가 급성장했듯이 벤처기업도 미국과 중국의 ICT 패권 다툼을 활용해 성공의 길을 찾으라는 얘기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도 고민할 일이다. 최소한 내부 벤처 생태계라도 잘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개 벤처기업도 미국과 중국 기업 투자자 앞에서 당당해진다. 알리바바가 10조원어치를 팔아치운 날, 언제까지 ‘빼빼로’나 ‘가래떡’이나 팔 것인가.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