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게임 ‘오즈헌터’로 돌아온 윤장열(45) 대표. 며칠 잠을 설친 모양이다. ‘리니지’와 ‘서든어택’ 등 여러 사업을 총괄하며 수많은 게임 개발 경험을 가진 그였지만 첫 모바일게임 ‘오즈헌터’를 시장에 선보인지 일주일이 넘었다. 3일 만난 윤 대표는 기대와 걱정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모바일게임 개발사 JH게임즈를 설립한지 어언 2년, 금방 완성될 것이라 생각했던 첫 게임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신 그만큼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오랜 공을 들인 게임인 만큼 걱정이 되면서도 애착이 깊을 것 같다. 아이를 초동학교에 처음 등교시키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과 비슷할까? 윤장열 대표의 이력은 게임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마케팅팀으로 시작해 ‘리니지2’, PlayNC의 사업 총괄을 거쳤다. 그 사이 NC JAPAN 사업총괄로 일본에 건너가 엔씨소프트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한 몫을 담당했다. 게임하이(현 넥슨지티) 사업총괄 이사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서든어택’, ‘데카론’, ‘메탈레이지’의 사업을 맡아 2008년 코스닥 전체 영업 이익률 1위를 달성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온라인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을 들고 돌아왔다.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으니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겠지만, 게임 사업에 잔뼈가 굵은 그도 모바일게임 ‘오즈헌터’의 개발기간을 하루하루 버텨냈다고 표현했다.
과거의 화려한 모습을 버리고 회사 설립 첫해 자신의 연봉을 직원 중 가장 적게 책정했고, 정말 필요한 곳에 자금을 사용할 생각으로 사무실의 문패는 물론 2년간 사무실에 인테리어 하나 없는 상태다.
이렇게 탄생한 JH게임즈의 첫 게임이 ‘오즈헌터’다.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한 횡스크롤 액션 모바일게임이다. 쉬운 조작으로 화려한 액션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오즈헌터’는 게임을 잘 못하는 엄마·아빠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간단하게 즐길 수 있지만 캐릭터별 차별화된 전투 방식과 개성 넘치는 정령들을 모아나가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친구들과 같이 강력한 몬스터들과 전투하거나, 다른 유저들과의 일대일로 경쟁도 할 수 있다.
“‘오즈헌터’는 살아남기 위한 게임입니다. 매주 수 십 종의 모바일게임이 쏟아지고 서비스 며칠 안에 게임의 성적이 결정되다 보니 ‘오즈헌터’는 과거 온라인게임의 출시보다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는 더욱 두고 봐야 하겠지만 ‘카카오톡 게임하기’ 인기 순위(27일 현재 3위)에 자리매김 했고 빠르게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습니다. 이제 5부 능선은 넘은 느낌입니다.”
JH게임즈의 차기작을 위해서라도 ‘오즈헌터’는 대중과 소통하며 많은 피드백을 쌓는다는 목표다. 첫째인 ‘오즈헌터’가 잘 되어야 둘째에게 조금이나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이유 때문이다. 모바일게임도 빠른 업데이트가 관권이니 유저들의 의견이나 요구에 맞는 패치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오즈헌터’를 알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오즈헌터’에 이어 차기작도 출격 준비 중이다. 윤 대표에게 ‘오즈헌터’가 첫 번째 아이라면 두 번째 태어날 아이는 액션 RPG ‘프로젝트S’이다. 사실 윤 대표는 내년 상반기 태어날 둘째 아이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다. 지난 6월 네오아레나와 계약을 마친 ‘프로젝트S’는 현재 개발이 한창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 2차 차세대 모바일게임 산업’에 선정돼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데다가 일본과 중국 진출 계약까지 코앞인 기대작이다. 콘솔 액션에 대한 향수와 온라인의 커뮤니티, 모바일의 편의성을 갖춘 액션 RPG로 빠르면 이번 지스타에서 개발 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
JH게임즈는 어떤 회사를 지향할까? “이것저것 다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하는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JH게임즈는 액션 RPG 장르에 특화된 게임 개발사로 남고 싶습니다. 모바일, 온라인의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유저들이 가장 재미있게 액션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최적화된 게임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윤장열 대표가 만들고자 하는 회사이다.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나 사담을 나눌 때의 모습과 본격적으로 게임 이야기를 할 때의 윤 대표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게임이 인생의 전부인 그는 어느새 열정적인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과거 엔씨소프트, 게임하이 등에서 보아 왔던 모습이다. 걱정스럽다고 말은 하지만 ‘오즈헌터’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하고 있었다.
그는 모바일게임 스타트업을 준비하겠다고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하지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해 보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곤 한단다. 그나마 2년 전에는 가능성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이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것이 이유이다. 실제로 창업한 100명 중에 5명 정도 살아남을 수 있고 그 중 1~2명 정도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을 인식하고도 스타트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독하게 마음먹고 충분한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다.
“‘장사는 돈을 좇고 창업은 꿈을 좇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0년 이상 업계에 있으면서 게임 사업을 해볼 만큼 해봤기에 조용히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이 제일 좋았기에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 대표가 게임 업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성공한 회사에서 많은 것을 누리며 사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는 지금은 또 다른 행복감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로 결과를 이야기 하겠지만 저는 지금도 게임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게임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에요. 그게 제가 원하던 것이고 제일 좋아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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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