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로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는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등 일명 사이버 배상책임보험(CLI)의 성적이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지원책을 내놨으나 고가의 보험료와 명확치 않은 보상 체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한화손해보상 등 국내에서 CLI를 취급하는 손해보험 업체의 올 한해 CLI 체결 건수는 최대 2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워낙 적어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예전보다 문의하는 업체는 늘었지만 보험료가 비싼데다 업계 공통 보상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아 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LI는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자산 등 사이버 상에서 발생한 계약자와 제3자의 위험(리스크)을 담보하는 보험으로 인터넷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CLI 보험 가입은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CLI를 제공하는 손해보험사는 2002년 4곳에서 지난해 40여개로 늘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확산되지 않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추산하는 국내 CLI 시장 규모는 연 241억원 정도다. 국내 CLI 보험료는 78억8000만원으로 손해보험 전체 보험료인 51조4000억원의 0.015%만을 차지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고가의 보험료는 물론이고 상품마다 가입 조건, 면책 조항 등이 다르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는 전년보다 문의가 갑절 이상 증가해 관심은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막상 보험료와 보장 내용 등을 듣고 손사래 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험이 담보하는 부분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보험사들과 달리 우리 업체들은 CLI 가운데 제3자 보호만을 위한 손해배상과 법률적 비용을 담보한다. 과실이나 고의적인 정보 유출로 인한 손해배상 등은 보상하지 않는다.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CLI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다양한 담보를 포함한 CLI 상품을 개발해야한다”며 “업체들이 정보통신(IT) 시스템에 관한 지식을 쌓는 등 사이버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한다”고 제언했다.
![지지부진한 사이버 보험…개선 필요성 대두](https://img.etnews.com/photonews/1411/619835_20141031151052_541_T0001_550.png)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