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하철경·한국예총)가 ‘대한민국 예술문화 발전을 앞당기고 높은 수준의 유·무형 성과물로 가치가 검증된 명인’을 선정, 시행하고 있는 名人(명인) 인증이 실상은 명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속 빈 강정’ 사업으로 전락해 충격을 주고 있다.
뉴스투데이와 전자신문인터넷은 그동안 전통문화계에서 꾸준히 논란이 제기돼 온 ‘한국의 명인 지정 실태’에 대해 ▲[단독-특별기획: 명인 지정 실태 고발(上)] 사지로 내몰린 명인들···누굴 위한 명인 지정인가? ▲[단독-특별기획: 명인 지정 실태 고발(中)] 돈벌이 혈안된 한국예총은 어떤 곳? ▲[단독-특별기획: 명인 지정 실태 고발(下)] “검증 안 된 명인 인증, 국가가 나서야 할 때” 등 총 3회에 걸쳐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는 명인인증제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명인사업을 발전시켜 법제화하고, 국가차원의 제도로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한국예총감사가 주축이돼 ‘명인아카데미’를 설립했다. 하지만 명인들이 마음 놓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야 할 사업단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오로지 장인정신으로 자신의 분야를 지켜오고 있는 순수예술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한국예총 구성원 개인들의 욕심을 챙기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국예총 관계자는 “명인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인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명인들은)평생 자기분야에서 그것을 발전시켜나가는 사람들인 만큼 얼마나 소중한 문화인이냐? 평생에 커다란 자기만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면서도 “그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여야 하나? 우리가(한국예총이) 발굴하고 소중히 기록해서 그것을 가지고 동기부여 해주고 그 사람들이 공방을 만들어내게 하고 그러한 사업을 하는 것이 한국예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명인사업이 어떤 걸 추진하는지 아는가? 명인은 1만 명도 될 수 있고 10만 명도 될 수 있다. 무엇이 명인사업 핵심인가를 알아야 한다. 명인사업은 동기부여를 해주고 참 좋은 기회”라며 “우리는 희소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하며 한국예총 관련 최근 일고 있는 비난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예총에 따르면 명인인증사업은 한국예총이 처음부터 100% 관장하고 좋은 일로 시작한 것인데 명인 발굴부분은 일일이 할 수 없어서 추천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개입한 사람들이 자기 몫을 챙기려고 하려다보니 서로 싸움이 났다는 것이다.
한국예총측은 “명인들한테 쓸데없는 편지 보내고 현재 이 일에 개입하고 있는 사람들이 망가뜨리고 있다”면서 “한국예총하고 협조적으로 일을 하면서 사업본래 취지대로 가는 것인데, (본래 취지대로)할 수 있으면 좋고 할 수 없으면 할 수 없는 대로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는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예총 관계자는 “공예가 잘 팔리는가? 어려운 예술문화 환경에서 시장경제를 도외시하고 어떻게 예술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한국예총이 해야 될 일이라고 판단해 한국예총에서 6개월 동안 고민하고 토론한 끝에 시작한 것이 명인인증제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명인아카데미는 자취를 감췄다. 한국예총과 함께 연계돼 활동을 해오던 명인아카데미는 내부적으로 분열돼 한국문화예술명인아카데미사업단(명인아카데미)과 예술미라는 사업자로 양분됐다.
이후 명인아카데미와 예술미는 한국예총과의 사업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임대료와 관리비가 미납됐다는 이유로 약정서와 임대계약서 해지 통보를 받게 됐다. 이에 더 이상 명인인증사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 두 사업단은 명인과 관련된 사업을 할 수 없게 돼 폐업하기로 결의했다.
예술미 관계자는 “사업자 유치할 때는 현혹시켜서 막상 사업자로 들어가면 딴소리 하는 거다. 공은 한국예총이 다 가지려고 하고 책임은 사업단쪽으로 회피시키는 거다. 이런 방식이니까 계속 일의 진행이 안 된다”며 “콘텐츠 개발을 해야 하는데 협조가 안 되고, 심사위원 선임부터 다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전시관 같은 것도 한국예총건물을 다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알아서 하라며 방치했다”고 그동안 어려웠던 상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처음에는 다 될 거다라고 해놓고 니들 알아서하라는 식이니, 사업자들이 사업을 하려고 들어갔을 때는 예총이 만들어놓은 인프라 가지고 하는 것이지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면 사업이 불가능하다”며 “(그러한 인프라에 대한) 한국예총의 지원이나 협조는 없고, 간섭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예술미 관계자는 “처음부터 예술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명인아카데미 하나만 있었다. 조 모 회장이 회사사람이기도 하면서 예총 감사니까 어떻게 보면 회사이익도 대변해줘야 하는 사람인데 이 사람도 자기회사한테 불리하면 버리려고 했다”면서 “제휴업체들한테 제휴도 받았으니까 사업을 활성화시켜 줄 의무도 있는 것인데 이런 부분을 회피하려고 예총비를 본사에 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명인 제도를 이끌 사업단의 부재는 새로 발족된 법인 한국예술문화명인사업단(이하 사업단)이 맡게 됐다. 올해 3월 21일 설립된 이 사업단에는 한국예총의 감사이자 폐업한 명인아카데미의 사내이사였던 B감사가 사업단장을 맡고, 마찬가지로 폐업한 명인아카데미 대표이사의 어머니가 새 대표이사를 맡게 된 구조였다. 이 외에 3명의 이사진이 함께 구성됐는데, 폐업한 명인아카데미의 대표 경영진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해 또 다시 같은 사업을 맡은 격이 됐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예술문화명인사업단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B감사가 전 사업단의 실질적인 대표였으므로, 명인아카데미의 미납 임대료 및 관리비를 납부하지 못하면 한국예총의 동업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이에 C이사는 1000만 원을 대납해줬다. 비영리단체와의 사업이라는 특성이라 여기고, 또한 B감사와 동업하게 된 사업파트너로서 시작비용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가 명인 제도 사업을 시작하면 첫 분야에서 100명 정도를 명인으로 인증할 예정이며, 그러면 수익금(명인 1차 접수비 10만원, 2차 접수비 100만원)이 생기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하지만 C이사는 법인 출범 이후부터 B감사가 사업과 관련 없는 지출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폐업한 명인아카데미에 대한 체납금 대납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명인아카데미의 제휴업체들까지 사무실로 쫓아와 체불된 돈을 지불하라고 항의하는 일이 잦아졌던 것.
그 중에는 인증된 명인들에게 지급되는 명인인증패의 제작사도 포함돼 있었다. 제작사 측은 “(1회 명인 부터)지금까지 단 1원의 대금도 받지 못 했다”고 항의했다. 이미 명인아카데미가 인쇄업자에게 지불하지 않은 500만원의 대금 중 절반을 갚아준 C이사는 더 이상은 자신과 관련 없는 명인아카데미의 대금을 갚아줄 수 없다며 B감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국예총측은 한국예총의 감사가 사업단의 임원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예총 정관에는 규정이 없다. 쇼핑몰도 운영할 수 있다”며 “감사라고 해서 명인사업을 못할 리 없다. 사업을 하는데 올바르게 안 하는 게 문제다. 그 사람 주변에 이권을 취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더 문제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들을 개입시킨 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런 부분에 대해 잘됐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어렵게 사업을 출발시켰는데 어렵다고 해서 이 사업을 앞으로 없애는 게 더 잘못하는 것이다. 책임감 있게 추슬러서 진행하고 있고,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명인아카데미에 대해 “아카데미가 한국예총이 투자해 한국예총의 직원들을 파견한 산하단체가 아니고 독립된 법인으로, 한국예총이 명인을 발굴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한 사업에 대해 (아카데미에)위탁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법인의 지분은 새 이사인 C이사가 50%로 가장 많았다. C이사는 지인의 소개로 B감사를 알게 됐다. 문화예술에 대한 깊이는 없었지만, 명인 제도에 관한 사업 취지에 공감했고 무엇보다 한국예총의 감사로 있는 그를 믿고 사업을 추진했다.
뉴스투데이가 최근 단독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제1회 명인아카데미 운영비 수지 결산 결과 지출내역을 모두 제외하고도 약 1억4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그럼에도 명인패 조차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앞서 제기한 명인 지정을 단지 사업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은 협력업체와 체결한 명인아카데미 및 예술미의 사업약정서에도 찾아볼 수 있다. 명인아카데미와 예술미는 사업약정 체결 시 협력업체로부터 영업보증금을 받았다. 협력업체가 동업을 영위함에 있어 사업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납부한 것이다. 대부분의 영업보증금은 5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2개월 또는 6개월 이내에 보증금을 반환하기로 계약했다.
영업보증금을 지급한 협력 업체의 사업 종류는 인쇄출판, 판촉물 제조, 옥외광고를 비롯해 꽃배달, 여행, 화장품판매, 보험 등 매우 다양하다. 새로 출범한 명인사업단에 협력업체들이 대납을 요구한 사항 대부분이 바로 이 ‘영업보증금’이다. 명인아카데미와 예술미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업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명인들의 2차 심사비 100만원에는 ▲한국예총·명인아카데미·명인쇼핑몰에 대한 자료화 등록비 20만원과 ▲도록제작비 10만원 ▲인증서 및 인증패 30만원 등이 산정기준으로돼 있다. 그럼에도 명인들에게 받은 심사비는 관련 협력업체에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여기에 더해 협력업체들에게 영업보증금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명인아카데미와 예술미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미납돼,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도 전 사업자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책임이 있는 인물들은 새로운 동업자를 꾀어내어 또 다시 관련 사업을 맡았고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
그들이 챙긴 수입금은 어디로 갔을까? 결국은 명인인증사업 관계자에게 돌아갔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명인지정 사업이라는 것은 결국 한국예총에서 시작됐으며, 또 명인아카데미의 통장 입출금내역에 명인사업 관계자의 개인 통장으로 유출된 자금흐름이 포착된 것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B감사를 비롯해 몇몇 인물들에게 아무런 명분도 없이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밝혀져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투데이 특별취재팀/전자신문인터넷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