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종교·문화콘텐츠의 지식재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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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상 가천대학교 산학협력실장·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지식재산은 개인의 창의적 생각, 활동 표현, 경험 등에서 만들어지거나 발견한 지식·기술이나 기호 및 그 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산술적 가치가 재산으로 실현될 수 있는 지적창작물에 부여된 금전적, 명예적 권리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돈이 되는 생각과 표현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오랜 명시적 역사와 암묵적 경험의 산실인 종교사상과 산업사회 이후 매우 중시되는 금전이 지식재산이라는 결과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지난 2월 열렸던 한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창의적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개발할지 논의했다. 이제 세상은 감성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의 시대’가 열렸으며, 스토리의 개발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다고 했다. 특히 종교의 각종 교리와 사상이 새로운 문화콘텐츠 재산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많은 국내외 학자에 의해 표현되고 주장됐다.

불교사상을 담은 일본의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가 책, 연극, 영화, 이벤트 등의 문화콘텐츠로 근대 이후 붐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도 소개됐다. 기독교의 성지순례도 이와 유사한 과정 속에 다양한 여행테마, 영화, 소설 등으로 확산된지 오래다. 필자도 각종 과거의 실화와 설화, 논란거리를 가지고 문화콘텐츠화 논의에 참여했다.

여러 논의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불교의 화엄사상을 배경으로 창작된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이 ‘은하철도999’로, 불교소설 ‘서유기’가 ‘드래곤볼’ 등으로 콘텐츠화해 문화산업을 진작시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980년대 초 모 방송에서 방영된 은하철도999는 매주 일요일 아침 어린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은하철도999의 배경은 은하계의 각 행성이 은하철도라 불리는 우주공간을 달리는 열차로 연결된 미래 세계(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서기 2221년으로 설정, 한국은 서기 2021년)이다. 우주의 부유한 사람들은 ‘기계의 몸체’에 정신을 옮겨 기계화 인간이 돼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었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기계의 몸을 얻을 수 없는 데다가 기계화 인간에게 박해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료로 기계의 몸을 준다는 안드로메다의 별을 목표로 주인공인 호시노 데츠로(星野鐵郞·한국명 철이)가 신비의 여인 메텔과 은하초특급999호에 탑승하게 된다. 각 편은 기차가 머무르는 역(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진행되고 마무리되며 별도로 전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말 흥미진진한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은하철도999가 바로 불교, 그것도 신라 의상대사의 ‘화엄사상’을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에 필자는 대단한 관심을 가졌다. 화엄사상은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해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우리의 종교문화콘텐츠는 초보단계지만 이에 대한 기본 자산은 풍부한 배경을 소유하고 있다. 즉, 지식재산으로 발전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종교문화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화콘텐츠’라는 표현 속에 무르녹아 있는 ‘상업성’이 종교하고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해 찜찜한 마음을 표현하는 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미 현실에서 종교는 콘텐츠로 전달되고 있고 이를 통해 금전적 창출물들이 도출되고 있다. 몇백만부의 책을 팔았고, 몇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종교의 사상이 널리 많은 사람에게 공감되고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신라시대 영재스님은 천성이 익살맞고 사물에 얽매이지 않으며 향가 한 자락을 구성지게 부를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근엄함으로 중무장한 스님이 아니라 발랄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었던 것. 어찌나 노래를 잘했던지 지리산에서 만난 도적떼가 노래를 청했다 한다. ‘칼날에 베어도 좋은 세상에 태어날 것이니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노래를 맛깔나게 불렀던 모양이다. 도적들은 감동해 사례로 비단을 주니, 영재스님은 “재물이 지옥에 가는 근본임을 알고 이제 깊은 산으로 피해가는데 이것을 어찌 받겠는가”라며 거절했다 한다. 감동받은 도적들은 칼도 창도 버리고 영재의 제자가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여기서 영재스님이 불렀다는 노래는 지식재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고, 도적들의 사례는 지식재산의 금전적 효과로 볼 수 있다. ‘대중의 마음 속 거문고(心琴)’를 울렸던 종교·문화적 행위가 자연스레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한류의 주역 중 하나인 싸이도 마찬가지다.

영재스님이나 싸이처럼 종교인, 문화예술인들이 정말 발랄하게 참된 세상을 꿈꾸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지식재산 강국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조용상 가천대학교 산학협력실장·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profundis@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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