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에 대한 상담을 해주다보면 질문받고는 답하기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다.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도 그중 하나인데, 답하기가 참 난감한 문제이다. 당사자는 여행준비가 막연해서 책이라도 읽어보고 정리를 하고 싶은건데, 여행이란 것은 시험문제하고 달라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여행지마다 경우가 다 다르고 각자의 여행패턴이 각양각색이기때문에, 이 여행에는 이책 저 여행에는 저책, 이렇게 정해져 있지가 않다. 더구나 서점에 가보면 여행에 관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읽어야 도움이 될지 고민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여행준비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정리해보기로 하자.
<패키지여행>
대부분 패키지여행을 가면서 추천도서를 물어보는 경우는 드물다. 여행이 막막하고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를때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건데 패키지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의 경우 여행준비할 시간이 없거나 자유여행할 자신이 없는 경우이기때문에 책에 대한 욕구도 덜한 편이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면 여행지에 대한 역사서적이나 문화 상식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가는 편이 좋다. 인터넷으로 미리 각 여행지에 대한 검색을 통해서 자유시간에 뭘 할건지 구상해 보는 것도 좋다.
패키지여행으로 가면서 지나치게 준비하는 것은 여행지에 대한 신비감이 떨어져서 자칫 가이드의 설명이 지루해 질수 있으니 여행전에 읽어보는 도서도 개인적인 상식을 넓히거나 취향을 즐기는 선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하는 유적지 여행을 떠나는 경우는 패키지여행이라 해도 여행지의 역사를 이해하는 책을 많이 읽고 갈수록 좋다. 역사책을 많이 읽을수록 가이드의 설명을 잘 이해하고 여행을 알차게 만들수가 있다.

<자유여행>
자유여행의 경우는 책을 읽을때 여행자의 여행타입과 여행지를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가이드북을 먼저 사서 읽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경우는 권하지 않는다. 시중에 나와있는 가이드북을 먼저 읽을 경우, 오히려 머리는 더 복잡해 지고 여행에 대한 뼈대세우기가 힘들어지기 일쑤이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에 물감을 섞어서 뿌려놓는 결과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정했으면 가이드북을 선택하기전에 먼저 인터넷검색으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자들의 경험담을 많이 읽어보도록 하자.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인터넷검색은 여행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를 여행한 많은 블로거들이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는 여행경험담들은 그 어떤 책들보다 생생한 정보의 창고가 되고 있다. 다양한 경험담을 많이 읽을수록 여행이 알차지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경험담을 많이 읽어보는 것에 함정이 있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데, 경험담이란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는 객관적으로 여과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려면 같은 여행지에 대한 경험담도 여러개를 읽어서 감정이나 계절적인 특수성을 본인에 맞는 조건으로 잘 찾아봐야 한다.
그런 다음, 인터넷에서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도록 하자.
참고로 팁을 하나 드리자면, 들고 다닐 가이드북은 가볍고 부피가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여행중 부담스런 책은 들고다니기도 힘들뿐더러 여행이 진행될수록 성가신 짐이 되어서 여행을 하다보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버리기까지 하게 된다. 소지하기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책을 선택해서 필요한 부분에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메모해서 각자의 여행에 맞는 책을 새롭게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것이다.
<배낭여행>
흔히 배낭여행자들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론리플래닛은 이제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어 가장 잘 팔리는 가이드북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컨셉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여행을 다녀보면 알겠지만 각국의 여행자들의 취향이 달라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취향과 우리나라 젊은이 중년층등 각자 여행취향이 다 다르다. 론리플래닛은 그야말로 유럽이나 구미의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론리플래닛을 잘 활용하면 숙소나 식당, 여행투어를 잘 고를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외국인 배낭여행자를 위한 기준임을 잊지 말고 항상 자신의 취향을 잘 분석해서 해석하는 능력을 갖도록 하자.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하는 식당이나 숙소가 왜 좋은지 잘 파악해야 입에 맞는 음식을 먹게 되고 편한 잠자리에 자게 되는 것이다. 추천숙소가 왜 추천되는지 그 이유를 파악해서 본인이 찾는 숙소인지 잘 비교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배낭여행자들의 경우, 특히 무거운 책은 피하도록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각자의 여행에 맞는 내용을 추려서 정리해서 프린트해서 들고 다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것이다.

<트래킹여행>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트래킹을 가이드나 일행없이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트래킹여행에 대한 가이드북도 한글로 된 것을 구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트래킹여행은 단체를 통해서 트래킹전문여행사를 통해서 하고 있는 현실이다. 독자적으로 트래킹여행을 하는 경우, 등산에 대한 기초지식도 있어야 하는데다 영어나 외국어에 대한 어려움이 없어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트래킹여행 추천도서로는 론리플래닛 트래킹을 추천한다. 각 지역별로 트래킹지도와 출발점에 도착하는 방법 트래킹에 대한 제반사항이 아주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트래킹할 지역을 정해서 책을 본다면 트래킹계획세우는 것부터 체계적으로 잘 기술되어 있어서 계획수립서부터 진행까지 차질없이 해낼수 있다. 하지만 트래킹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겠지만 절대로 책에만 의지하면 안된다. 책은 참고로 해야 할뿐 실제상황은 다를수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
가족여행을 상담하는 많은 경우, 항상 추천하는 책이 있다. 특히 유럽으로 떠나는 가족일 경우 더욱 유익한데, 이원복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책이다. 만화책이라고 쉽게 보면 안된다. 이 책은 보기쉽게 만화로 되어 있어서 어린이들이 읽어도 부담없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부분이 많다. 유럽에서 오래 산 경험으로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정확하고 재미있게 정리해 놓아서 유럽여행을 떠나는 가족뿐 아니라 여행자들 모두가 읽으면 여행뿐만 아니라 상식을 넓히는 유익한 책이다.
<기타 출판물>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서 읽고 참고하고 소지하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국내에 소재한 각국의 대사관이나 관광청에 방문하면 한국말로 된 여행정보 팜플렛이나 브로셔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가끔 유료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책이나 인터넷에서 얻을수 없는 정보를 구할수 있어서 지나는 길에 들러서 구하면 도움이 될것이다.
간혹 아무 준비없이 여행을 떠나서 현지 공항이나 관광인포메이션에서 안내책자를 구해서 여행할수 있기도 하다. 여행에 대한 서적이 많지 않던 시절 현지의 관광인포메이션에서 얻을수 있는 안내책자는 참으로 소중한 정보가 되기도 했다.

<전자책>
시대는 바야흐로 전자책의 시대가 도래했다. 해외나 국내 대형서적 쇼핑몰에 들어가보면 종이로 만든 책이 아니라 전자서적을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대한 양의 여행가이드북 정보가 손바닥보다 큰 화면에 다 들어가니 부피나 무게를 줄일수 있어서 휴대하기 편하다.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이나 여행서적이외의 정보외에도 여행중 읽을 책도 전자책에 다 입력해서 가면 된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책내용을 다운받아서 볼수 있어서 더욱 휴대가 편한 시대가 되었다.
<여행정보를 위해 주의할 사항>
시중서점에 보면 여행에 관한 책이 난립하고 있다. 서점 책장을 보면 여행에 관한 책의 제목들은 각각 낭만과 행복한 여행을 꿈꾸게 하는 책들로 가득차 있다.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여행책자들중 대부분은 여행정보나 실제 객관적인 상황을 설명해 놓은 책보다는작가의 개인 감정을 담은 수필에 불과한 책들이 많다.
사람들은 이런 수필에 가까운 여행서적을 보고 여행을 꿈꾸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여행은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기 일쑤다. 여행이란, 시작하는 순간 낭만과 구름위를 걷는 산책이 아니라 낯선 지방에서 적응해야 하는 생활이 되고 만다. 낭만으로 꿈꾼 여행은 자칫 현실속에서 실망하고, 수필적인 내용은 허구가 되고 만다.
여행자들은 그런 수필과 산문적인 여행서적은 여행동기를 유발하는 책으로 참고로 읽어보고, 여행을 떠날때는 객관적인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여행해야 함을 잊지 말자.
여행이란 것은 길위에 서서 보면 결국 인생의 연장인 것이다. 인생은 결코 낭만과 음악으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지도책 표지에 써있던 글귀가 생각난다.
"어제의 지도로 오늘 여행하지 말라."
여행에 있어서 정보는 시간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유혹적인 정보라 해도 시대에 맞지 않는 정보라면 모르고 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항상 시기적으로 합당한지를 잘 검토해보고 여행하도록 하자. 특히 수필적인 여행서적은 현실감각에 맞는지 반드시 잘 따져보고 가야 하는 것을 잊지 말자. 여행은 낭만적인 식당에서 먹는 한끼의 우아한 식사와 칵테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글 여행칼럼니스트 허미경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