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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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상의 절반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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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테우스는 목이 칵 막혔다. 평생을 전장터에서 노닥거린 그에게 호노리아 공주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적이었다. 호노리아 공주는 지나치게 웃는 얼굴로 그에게 교태를 부렸다.

“바쁘신데 불러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공주님이 부르시면 달려와야죠.”

아에테우스는 그녀의 손을 잡아떼었다. 그의 드러난 붉은 잇몸은 서로 우회로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좀 걸으시죠?”

호노리아 공주가 앞서 걸었다. 유난히 그녀의 엉덩이는 실룩였다. 아에테우스를 격렬하게 유혹했다. 아에테우스는 뒤따라 걸으며 그녀의 엉덩이의 욕망속에 뒤엉킨 비참한 열망을 헤아리고 있었다. 점점 가파른 길을 오르고 있었다. 인적은 드물었고 나무는 울창했다.

“공주님, 그만 가십시오. 이쯤이면 충분합니다.”

호노리아 공주는 슬쩍 멈추었다. 그녀는 뒤돌아 베시시 웃었다. 그녀의 이기적인 내용의 욕망이 까발려지고 있었다.

“충분하다니, 그럼 이곳이 좋겠군요.”

호노리아 공주는 손에 끼었던 긴장갑을 거칠게 벗었다. 그리고 자신이 걸치고 잇던 옷마저 거칠게 벗어버렸다. 아에테우스는 놀란 척도 하지 못했다.

“거래를 하고 싶어요.”

아에테우스는 나무들만이 울창한 숲에서 벌거벗은 여자를 마주하고 있는 숫컷의 원형이었다. 호노리아 공주는 벗은 채로 다가왔다.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아에테우스는 오래 전부터 노련했고 지금 이 순간도 흔들림 없이 노련했다.

“아틸라에게 데려다주세요.”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그의 품에 안겼다.

“당신은 아틸라와 친한 친구라고 들었어요.”

“로마에서 탈출시켜달라는 말씀입니까?”

아에테우스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호노리아 공주를 안고 쓰러졌다.

미사흔은 쓰러져있는 에첼을 품에 안았다. 에첼의 몸은 끓는 불덩이였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너무 많이 헤메었다. 아마도 그녀는 한 번도 이승의 편에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삶은 그토록 아름답고 눈물겨웠다.

“에첼...에첼...”

미사흔은 에첼을 불렀지만 에첼은 대답이 없었다. 나머지 오형제가 말했다.

오형제들도 젊은이의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 그들의 활기는 날지 못하는 새처럼 거무튀튀했다.

“저희들이 복호 일당을 쫒겠습니다. 검을 찾아오겠습니다.”

미사흔은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사흔의 잘린 손목 근처는 피와 고름이 우글거리며 엉켜 엉망이었다. 미사흔은 자신의 손목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에첼은 그 먼 땅에서 왔다. 미사흔 하나를 찾아서 왔다. 자신의 아들을 낳으려고 했던 여자였다. 그런데 미사흔은 그녀를 구해내기는 커녕 부도난 열망과 함께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다.

“내가 너와 함께 여기서 죽는구나. 에첼.”

그 순간 에첼의 음성이 희미했다. 그녀는 의식을 찾지 못했지만 미사흔에게 미망(迷妄)을 가르치고 있었다.

“검은 찾으십시오. 검을 찾으십시오. 그 검을 찾으셔야 합니다.”

에첼은 반복했다. 아이에게 말하듯 단정하게 반복했다.

“아니다. 에첼. 너를 찾겠다.”

“위대한 황금의 제국의 꿈은 잊으셨습니가? 저는 그 꿈을 잊는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습니다. 꿈을 잊은 남자는 남자가 아닙니다. 저는 아틸라 왕자님과 약속을 하였습니다. 미사흔 왕자님에게 검을 드리고 그 검과 함께 미사흔 왕자님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에첼은 꿈은 아직도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어쩌면 나에게 검을 쫒는 것은 너를 쫒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까지 왔을 것이다.”

미사흔은 끊임없이 범부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아틸라의 또 다른 위대함의 상징이 아닐지도 몰랐다.

“아닙니다. 신라를 떠날 때 마음을 찾으십시오. 이곳까지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미사흔 왕자님은 누구의 자손입니까? 조상이 부르고 있습니다. 형제가 부르고 있습니다. 역사가 부르고 있습니다. 그 역사의 중원으로 나아가십시오.”

미사흔 스스로 범부가 되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래서 미사흔은 일어났다. 사막의 모래바람이 에첼을 차곡차곡 덮고 있었다. 미사흔은 절대 울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미사흔은 결국 떠났다. 복호가 사라진 어느 곳으로 떠났다.

“기다려라, 돌아온다.”

에르낙은 대장장이를 만나고 있었다. 그는 트라키아의 유명한 대장장이었다.

“비밀스럽게 만들어주게.”

“네. 염려마십시오.”

“내가 검에 대해 설명해주지. 전체 모양은 칼자루 끝의 장식이 반타원형이고 칼자루의 장식은 반타원형 장식의 지름보다 좁네. 참 그 검은 황금보검이라고 불러야하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