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히트펌프(GHP)’ 분야에서 다수공급자방식(MAS) 입찰 방식이 무산됐다. 주요 업체의 하나인 삼성전자와 삼천리ES가 조달청 등록을 포기하면서 GHP 공공입찰은 MAS 도입 일년 만에 총액 입찰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조달청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천리ES는 MAS 대상 품목 재등록 기간인 지난 8월 말까지 자사 제품의 재등록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오직 LG전자만이 등록하면서 사실상 MAS 입찰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MAS는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2개 이상 업체의 제품을 선정·계약하고 수요 고객이 직접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입찰 방식이다. 기존 총액 입찰이 1개 업체의 1개 물품을 선정했다면 자격을 갖춘 복수 업체를 선정해 이들 업체 제품을 수요기관이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MAS등록 업체는 조달청에 1년 단위로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연단가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기준으로 입찰이 진행돼 수요 기관은 총액 입찰보다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조달청은 MAS 대상품목을 확대하는 등 장려하는 추세다.
이런 배경에서 조달청은 지난해 8월 총액 입찰 방식으로 진행해 온 GHP 공공입찰을 MAS 방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삼성전자, 삼천리ES, LG전자가 3개사가 자사 제품을 MAS 대상 품목으로 등록했지만 재등록 기간인 지난 8월 말까지 두 기업이 등록을 거부해 입찰은 불가능해졌다. 현행 규정상 최소 2개 기업 제품이 등록돼야 MAS 입찰이 가능하지만 삼성과 삼천리ES를 제외한 LG만이 자사 제품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재등록을 포기한 배경은 MAS 입찰 시행 이후 조달 시장에서 GHP 판매 점유율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GHP 조달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했다. 기존 총액 입찰 방식에서는 실적에서 우위를 점한 삼천리ES, 삼성전자가 선전했다. 두 기업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MAS 입찰 도입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GHP 조달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은 62%까지 치솟으며 처음으로 경쟁사를 뛰어넘었다.
조달청 관계자는 “GHP 국내 제조사와 수입사는 공공시장 입찰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GHP를 판매하는 3개 기업 가운데 2개 기업이 MAS 대상 품목 등록을 하지 않아 총액 입찰 방식으로 공공입찰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