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中·美를 잡아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 증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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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공장 신설은 불가피하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멕시코에서 현지 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계약 조인식을 전격 개최했다. 기아차는 총 1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2016년부터 멕시코에서 소형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멕시코 공장은 현지 시장 공략과 함께 포화 상태에 다다른 미국 조지아 공장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특히 경쟁업체보다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현저히 낮아 환리스크와 수요 변화에 취약한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가 해외 공장 건설 배경으로 ‘생존’을 언급한 이유다. 현대자동차도 중국 서부 대도시인 충칭에 4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생존을 걸고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중국과 미국을 겨냥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증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시장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증산 경쟁은 최근 1~2년새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과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이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자동차 판매는 2009년 1364만대에서 지난해 2198만대로 61%나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판매(1060만대→1588만대)도 50% 증가했다. 유럽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중남미 등 다른 시장을 압도하는 성장세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2020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3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지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총 98억유로를 투자해 7개의 신공장을 중국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325만대 수준인 중국내 자동차 생산량을 2018년까지 4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폴크스바겐과 치열한 1위 다툼을 하고 있는 GM의 증산 목표는 더 공격적이다. 현재 340만대 수준인 중국 생산량을 2015년 500만대, 2020년에는 825만대로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GM은 2020년까지 현지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되는 금액이 1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 시장에 말 그대로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닛산은 인피니티를 앞세워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현지생산 능력을 17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도요타도 SUV 판매 확대를 위해 중국 생산 능력을 현재의 97만대 수준에서 135만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한 1, 2위 업체의 발빠른 증산 경쟁에 이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현대·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졌다. 현대차는 베이징 1, 2, 3공장과 쓰촨 상용차 공장을 합쳐 121만대, 기아차는 옌청 1, 2, 3공장에 74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올해 들어 중국 판매 성장률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 4공장을 중국 서부 내륙의 거점인 충칭에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 중앙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4공장이 신설되면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 능력은 총 230여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중국 진출 10년만에 선두권 업체로 자리매김한 배경은 중국 시장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적기에 생산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라며 “향후 폴크스바겐, GM, 닛산 등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10%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공장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 및 생산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인접국을 통한 생산 확대가 화두로 등장했다. 특히 미국 시장을 근접 거리에서 지원할 수 있는 멕시코가 북미 최대의 소형차 생산기지로 부상할 조짐이다. 멕시코는 자동차 생산량의 80%가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될 정도로 북미 시장을 위한 최적의 교두보로 평가받는다.

일본 업체인 닛산, 혼다, 마쓰다가 작년 말 이후 멕시코에서 가동한 신공장 생산 능력은 50만대를 넘어섰다. 또 BMW, 아우디, 다임러 등 독일 완성차 업체의 멕시코 신공장 건설 계획도 60만대에 달한다. 이 외에도 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 자동차 업체와 기아차의 신공장 건설까지 추가하면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량은 447만대로 머지않아 우리나라를 추월할 전망이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팀장은 “중국과 미국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증산 경쟁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 생산 현지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필연적인 전략”이라며 “해외 생산 확대 및 국내 생산 축소 추세에 대응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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