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담배 주요 3사의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일반담배 못지 않은 유해성 논란에 각종 규제 조치가 고개를 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판매처 역시 소규모 및 1인 기업 중심의 DIY 전자담배가 인기를 얻고 있어 주류 기업의 편입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주류담배 기업이자 전자담배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3사의 매출이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평균 20%가량 떨어졌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은 일반 담배 ‘말보로’로 유명한 알트리아 그룹과 ‘카멜’을 파는 레이놀즈 2개사가 전체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담배 업계의 스테디 셀러인 ‘블루’를 출시한 로릴라드까지 총 3사가 나눠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알트리아와 레이놀즈가 과연 제대로 발을 디디고 있는지 의문이며 지금으로서는 전자담배 열풍의 미래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처가 편의점에서 DIY숍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편의점은 전체 담배의 70%가 팔리는 주요 판매처였다. 하지만 웰스파고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년 동안 미국 편의점의 전자담배 매출은 5억6200만달러(약 5694억1800만원)로 71% 급증했지만 최근 12주 동안은 3.6% 증가에 그쳤다.
이는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액상, 리필용 카트리지, 가열 코일 등을 직접 선택해 만드는 전자담배인 ‘베이퍼라이저’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부터다.
미국 금연보조제품업협회(SFATA)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베이프숍(베이퍼라이저 전문 판매처)은 3만5000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베이퍼라이저는 저렴한 가격에 액상 용량은 기존 전자담배보다 5배나 많아 인기를 끈다. 웰스파고는 DIY 전자담배인 베이퍼라이저 판매량이 일반 전자담배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전체 전자담배 매출의 5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베이프에는 주류 전자담배 브랜드가 없다. 이들의 전자담배는 액상 등 부품이 타사 제품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편의점뿐 아니라 마트와 잡화점 등 기존 소매업체에서도 매출이 하락했다.
각종 규제 암초 역시 주류 담배기업의 전자담배 시장 진출에 장애로 작용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 광고와 실내 사용, 청소년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과일 및 사탕향을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 식품의약청(FDA)도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한편 제품별 시장점유율 50%를 자랑하는 ‘블루’를 내놓은 로릴라드는 업계 2위인 레이놀즈와 합병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M&A를 통해 베이퍼라이저에 대항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