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계곡이라면 그랜드캐니언을 떠올린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계곡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을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계곡은 페루의 동남쪽, 찾기 힘든 곳에 숨어있어서 여행자들조차 쉽게 찾아가지 않는 곳이다. 여행자들의 경우 시간이나 경비면에서 제약이 있는지라 페루여행에서 계곡 하나를 보자고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페루에는 마추피추나 티티카카호수등 기본적으로 들러야 할 곳의 중요도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레끼파를 기점으로 치바이를 거쳐서 깊은 계곡인 꼴까캐니언으로 들어가는 여정은 충분히 시간과 경비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이니, 이번 기회에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계곡에 대해서 상식을 하나 가져보자.
<가는 방법>
위 지도는 아레끼파에서 출발해서 꼴까캐니언으로 가는 여정을 도식화 해 놓은 것이다. 그림지도라 관광지 중심으로 잘 표현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가는 길이 쉽지 않다.
꼴까캐니언으로 가려면 먼저 아레끼파라는 대도시에 도착해야 한다. 꼴까캐니언으로 가는 버스나 투어를 이용하려면 아레끼파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레끼파는 대도시니 페루 어디에서든 장거리버스가 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1편에서 언급했듯이 페루여행은 장거리버스가 편리한 점이 많다. 아레끼파 터미널에 도착해서 꼴까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면 장거리 버스터미널 맞은편에 꼴까로 가는 지방 버스터미널이 있다. 꼴까로 가는 버스는 새벽 1시30분 첫차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비정기적으로 있다. 지방버스라 그런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으니 참고하면 된다.
개별적으로 여행하기가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아레끼파시내 투어샾에서 출발하는 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투어는 당일투어도 있고 1박2일투어도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고 본인취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온천도 즐기고 자유로운 여행을 원하면 지방버스를 타고 직접 꼴까계곡으로 가는것이 좋다. 꼴까계곡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치바이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치바이(Chivay)
위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치바이는 꼴까계곡을 돌아보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아주 좋은 곳이다. 광장에 도착하면 만나는 광경에서 잉카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다른 관광지에선 왠지 짠한 잉카문명이 이곳에선 생활 그자체로 다가와서 정겹다. 당일로 꼴까계곡을 콘돌을 만나고 가는 투어로 스치기엔 아쉬운 곳이다. 일반 관광지가 아닌 페루의 삶을 그나마 제대로 보고 싶을때, 치바이는 치안도 안전하고 지방소도시의 여유로움도 느끼기 좋은 곳이다. 치바이에는 온천도 있어서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페루를 여행하면서 쌓였던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풀기엔 치바이만한 곳이 없다.
꼴까캐니언투어를 하려면 치바이에서 로컬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제대로 보고싶은 사람들은 택시를 대절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치바이에는 꼴까계곡투어를 해주는 택시가 많이 있어서 숙소주인에게 물어보면 택시기사를 연결해 준다. 원하는 지점에 내려서 사진도 찍을수 있는데다 원하지 않는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어서 추천하는 바이다.
꼴까캐니언 (Canon del Colca)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협곡이라는 꼴까계곡은 가장 깊은 곳이 그랜드캐니언보다 두배나 깊은 3400미터 깊이이다. 그 깊이도 깊이지만 꼴까계곡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콘돌을 만나기 위해서 이다. 계곡 가장 깊은 곳에 콘돌 수십마리가 살고 있어서 전망대에선 계곡의 깊이를 구경하기도 하지만 콘돌을 만나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기도 하다. 콘돌은 아침 이른 시간에 보기가 쉬우니 콘돌을 만나고 싶으면 반드시 아침일찍 서둘러 꼴까계곡으로 들어가야 한다. 콘돌은 무게가 12kg 날개를 펴면 길이가 3m에 달한다고 하니 협곡에서 콘돌을 만나는 감동은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꼴까계곡에서 콘돌을 만나고 오는 길에는 작은 동네들이 이어져 있어 잉카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잉카의 전통에서부터 스페인 식민시대의 모습을 보는 아름다운 성당, 그리고 계곡을 이어 끝없이 펼쳐지는 다락논의 정경, 멀리 보이는 눈쌓인 산정은 꼴까계곡이 얼마나 높은 곳에서 그 깊이를 자랑하고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페루가 안데스의 품안에 있음을 가장 극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아레끼파(Arequipa)
꼴까계곡을 보려면 아레끼파를 거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가 없다. 아레끼파는 인구가 백만명이 넘는 페루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그럼에도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마추피추와 티티카카의 중요도에 밀려나서이다. 하지만 아레끼파에 들른 수많은 여행자들은 아레끼파를 페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언급한다. 하얀 화산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즐비한 도심은 백색의 아름다운 도시를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다.
정복자 스페인에 의해서 요새로 발전한 아레끼파는 도시 곳곳에 식민지풍의 건물이 많이 남아있어서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걷고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고색이 창연한 백색의 도시는 야경 또한 아름다운 곳이다. 남미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 치안 또한 안전한 편이라 남미를 여행하는 중간에 들른 여행자들이 아레끼파를 휴식처로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팁을 하나 드리자면, 꼴까캐니언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아레끼파는 해발 2400m이고 치바이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길은 해발 4900m까지 올라간다. 꼴까캐니언정상도 3800m에 달하는 곳이다보니 사람에 따라 고산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럴때 코카잎을 띄운 코카차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코카인잎이라 마약성분이 있긴 하지만 고산증에는 효과가 좋은데다 맛도 감잎차 같은 맛이라 향도 좋은 편이다. 여행자들 중에는 코카잎을 직접 입에 물고 씹어먹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방법은 권하고 싶진 않다.
글 허여사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