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진격`, 한계에 봉착한 `포스트 최지성` 신종균…불똥은 JY(이재용 부회장)에

지속적 수익보다 단기 이익 집착

마침내 삼성전자가 결단의 순간을 맞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건희 회장과 수많은 혁신 기업가들이 쌓아 놓은 성과가 일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론의 실체에 직면한 모습이다.

2분기 실적 악화 타깃은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IT·모바일(IM) 사장에 쏠렸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성과로 1분기 보수로만 100억원에 가까운 96억6000만원을 받았지만 이제는 실적 악화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포스트 최지성’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해온 상황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삼성휴대폰 신화의 기틀을 마련해 ‘미스터 휴대폰’이라 불렸던 이기태 부회장도 휴대폰 사업부가 정점을 찍은 상태에서 물러났다”고 직설했다.

그동안 신종균 사장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수익’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에서는 어느 정도 문제가 발생해도 돈만 확실히 번다면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수익을 못 내면 상황은 완전히 바뀐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후임으로 삼성 내외에서 거론됐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등 ‘사상 최대’라는 꼬리표가 그에게 무게감을 더해줬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적절한지 의문부호가 끊이지 않는다. ‘혁신’보다는 ‘단기 이익’에 집착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속적인 수익을 위한 경주보다는 경쟁사 압박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삼성이 강조하고 자랑하는 시스템 경영과도 동떨어져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부터 위기를 미리 내다보고 ‘마하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 엔진과 소재, 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듯이 삼성이 초일류기업 자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마른 수건 짜기 식’ 전략이 아닌 경쟁사가 쫓아오다 지쳐 떨어지는 과감한 혁신과 도전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사의 무서운 추격과 시장 상황 악화를 미리 내다본 이 회장 특유의 혜안이었지만 신 사장은 이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 사장의 급락한 성과는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칠 분위기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명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적을 볼 때 휴대폰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업계의 한 임원은 “삼성이라는 조직이 워낙 수익을 내는 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도 당연히 모바일을 챙겼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바로 이 같은 인식이다. 이 부회장의 과거 사업성과를 볼 때 경영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의 휴대폰 사업부 실적 악화는 이 부회장 능력 평가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경영 승계를 앞두고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악화된 실적은 신종균 사장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모 대학 교수는 “국민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지보다는 삼성전자가 지속 성장을 할지에 관심을 가진다”며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삼성의 지분 구조를 떠나 경영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맡아야 하고 그것을 충분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경계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 아무리 깊이 있는 경영 수업을 받았더라도 정작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몇 개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성공사례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을 명확히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총대를 쥐게 된다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것도 쉽지 않고 특히 하루가 다르게 속도를 더하는 ICT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각 사업부를 많이 돌아다니며 챙기는 것으로 안다”며 “이재용 체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으로 앞으로 그런 모습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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