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상한 검
2
“우리는 여자도 없다. 질긴 힘줄고기와 막술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우리는 위대한 훈족(흉노족)이다. 우리는 결국 이기는 사람들이다.”
끊임없이 떠들썩했다. 훈의 전사들은 트라키아인들의 시체가 흉측하게 토막난 채 뒹굴고 있는 광야, 머리가 듬성한 독수리들이 시체의 눈알과 내장을 빼먹는 바로 그 자리에서 횃불을 힘차게 틀어올렸다. 전사들은 노래를 불렀다. 훈족의 용맹함을 찬양하는 노래들이었다. 마치 먼 나라의 노래였다. 바지만 겨우 걸친 딴딴한 맨몸의 불순하고 뻔뻔한 전사들은 모두 여자를 원하고 있었지만, 이 벌판에 여자가 없었다. 그러나 모두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
훈족의 왕, 루가는 자신의 막사에서 큰아들 블레다와 함께 정복하는 땅마다 약탈해서 끌고다니는 왕만의 여자들과 질펀하게 놀고 있었다. 중앙에 놓인 큰 동복(銅鍑)에서는 말고기가 끓고 있었고 술과 과일은 은그릇에 넘쳐났다. 루가 왕은 벌써 여러 번의 쾌락으로 체력이 떨어져 있었지만 한창 나이인 블레다는 아직도 여자들과 격전중이었다. 루가 왕이 소리쳤다.
“블레다. 너와 나는 흉노왕 호안야 선우와 왕소군의 후예다. 우리는 진정한 훈이다. 왕자 아틸라는 느닷없는 자손이다. 우리와 다르다.”
아틸라는 달랐다. 바깥의 소란함을 뒤로 한 채 막사에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의 움푹 패인 작고 째진 눈은 그리움이 허깨비가 되어 깊이 숨어있었다. 그는 오롯이 거대하고 고요한 숲이었다. 그의 앞에는 술도 과일도 여자도 없었다. 담장이나무로 만든 소박한 그릇에 맑은 물만 담겨있었다. 그가 꾸러미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다. 검이었다. 금빛깔의 벅찬 검이었다.
문주크는 자신의 부족들을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기 위해 거칠고 위험한 땅을 떠난지 오래지 않아 광야에서 대상(隊商)들을 만났다. 대상들은 신라에서 왔다고 했다. 그들은 온몸에 황금을 두르고 있었다. 한 상인에게는 딸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이국여인은 회색빛과 호박색빛의 각각 다른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었다. 문주크와 여인은 살을 섞었고 그녀는 얼마 후, 훈족의 작고 암팡진 말 위에서 아들을 낳았다. 여자는 곧 죽음을 맞이했다.
“저는 신라의 여인입니다. 제 아들에게 꼭 전해주세요.”
여인은 문주크에게 검 한 자루를 건네었다. 문주크는 그 검을 받는 순간, 크게 외쳤다.
“이 아이에겐 결코 죽음도 덤비지 못하게 하겠다. 아틸라.”
아틸라는 자신의 눈물을 깨우지 않았다.
“왕자님.”
번득이는 암기(暗器)와 같은 음성이 그를 불렀다.
글 소설가 하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