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75>법률과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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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계약에서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문장과 단어 심지어 구둣점의 위치에 따라 피할 수 없는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중요하고도 엄중한 행위임으로 쉽게 생각하지 말라. 필자는 스타트업을 멘토링을 할 때 어떤 계약서든 도장을 찍기 전에 반드시 자문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대기업과 인수협상을 하는 스타트업을 도울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게임을 하는 것 같이 상대가 안된다. 아는 것, 경험 그리고 맷집도 완전히 다른 선수가 서로 샅바를 붙잡은 형국이다.

대기업은 실무자, 법무담당 등을 총동원해 다층구조로 방어막을 구축하고 서로 핑계를 대며 압박한다. 수많은 협상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고 울렸다 웃겼다 게임한다.

반면에 스타트업 창업자는 꼭 성사시키고 싶은 마음에 노심초사하며 멘토가 자문을 해줘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지 못한다. 상대가 “안 한다”고 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데도 협상이 파기될까봐 불안해 한다.

이게 바로 상대방의 ‘딜 브레이크(deal break)’ 조건을 확인하는 길이다. 안 한다 하면 그때 양보하면 되는데, 미리 양보해 버리는 실수를 한다. 패를 보고 패를 까라.

협상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은 ‘안 해도 된다’는 배짱이다. ‘꼭 해야만 한다’는 속마음이 노출되는 순간 차, 포를 떼고 장기를 두는 모양새가 된다. 협상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협상이 파기 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을은 갑과 협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갑도 작지만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갑 역시 협상이 깨졌을 때 치를 댓가를 불편해 한다. 이를 구분해내고 확인할 때까지 을은 갑과 협상할 수 있다.

세상에 수정하지 못하는 ‘표준계약서’란 없다. 변호사가 협상과 계약을 모두 다 이끌어 준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변호사는 계약서의 법률적 효력을 확인해주거나 고객이 요구하는 조건을 법적인 문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업적 조건과 협상은 전적으로 창업가가 생각 할 몫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딜 브레이크 조건을 먼저 구체적으로 정리한 후에 변호사와 협력해야 한다.

청춘과 열정으로 사업을 시작했는가? 계약서에 날인하는 곳까지 왔다면 이제 “사업은 낭만이 아니다”라고 외쳐도 된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