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테슬라, 누구나 자동차 만드는 시대 열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특허를 모두 무료 개방하며 누구나 자본만 있으면 전기차를 조립해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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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타자는 애플의 대표적 하청업체이자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대만의 폭스콘이다.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테슬라와 협력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전기차를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 ‘리눅스’ 꿈꾸는 테슬라…엔진기술 독점구조 균열낼까

엘론 머스크 CEO는 최근 블로그에 올린 ‘우리가 보유한 모든 특허는 당신 것입니다’라는 글에서 “우리 경쟁자는 소규모 전기차 제조사가 아니라 매일 수많은 자동차를 쏟아내는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라고 언급했다. 테슬라는 현재 배터리 및 전기 구동장치 특허를 200여개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자동차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만한 ‘베팅’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존 구조가 엔진 기술 독과점을 통한 일부 제조사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누구라도 배터리와 부품을 만들거나 사다가 조립하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 수준이다. 테슬라는 가솔린 자동차와 경쟁하려면 특허를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 협업으로 시장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게 맞다고 판단한 셈이다.

IT업계의 리눅스와도 비교된다. 리눅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된 후 500만명이 넘는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다수를 위한 공개’라는 원칙 아래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공개 이후 세계 서버용 운용체계(OS) 중 시장점유율 27%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구글 역시 2007년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개한 후 검색시장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IBM은 2005년 소프트웨어 분야 특허 500여개를 공개하며 혁신을 감행했다. 반면 애플은 아직 폐쇄형 플랫폼을 고수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그동안 엔진기술을 독점하고 있던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경우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혔던 비싼 가격과 주행거리 중 주행거리는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며, 폭스콘을 시작으로 대량 생산이 시작되면 대당 1500만원이라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기존 가솔린 자동차와 대등한 수준의 경쟁이 가능해진다.

또 세계 주요국 정부가 환경오염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보조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이 점 역시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허 리더십 ‘지각변동’

엘론 머스크는 특허 공개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이 CEO들에게 혼란만 줬다”고 밝혔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각각 자사 모바일 특허를 놓고 상대방의 침해를 주장하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진행했던 점을 빗댄 발언이다.

업계는 이번 머스크의 시도가 특허를 소유하고 방어하는 것이 기술적 리더십을 지키는 일인지, 이와 반대로 공개를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승자로 가는 길인지를 가려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허공개 과정에서 머스크 CEO의 독특한 특허철학도 주목받았다. 그는 “기술적 선도는 특허가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듯이 딱 정해져 있는 경쟁자 사이에서 특허를 고집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유능하고 뛰어난 기술자들에게 영감을 부여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기술적 선도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하는 것이 오히려 기술 선도라는 의미로 읽힌다.

머스크 CEO의 이 같은 특허 리더십이 다양한 사업적 이득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제이콥 셔코우 스탠포드 법대 교수는 “테슬라는 경쟁자에게 기술을 공개해도 한동안 테슬라 배터리를 팔 수 있어 특허 공개가 전적으로 이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실로 코스로프스키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당신이 보유한 모든 책을 다른 사람에게 열어 보여준다면 어찌됐든 당신은 상대방과 똑같은 무기를 갖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테슬라의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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