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특허보호 확대 독인가, 약인가

특허로 보호하는 소프트웨어(SW) 대상을 확대한 특허청 심사기준 개정안이 1일부터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부 업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이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개정된 심사기준이 국내 SW 업계에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업계의 귀추가 쏠린다.

30일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청은 출원되는 SW 특허부여 범위를 확대한 개정 심사기준을 7월 1일부터 적용한다. 특허로 인정하는 SW 범주를 종전 방법·장치·기록매체 3개에서 ‘컴퓨터프로그램’까지 총 4개로 확대했다.

업계는 저작권 위주의 보호를 받던 SW가 사실상 특허 대상이 된다고 평가했다. 특허청 계획 발표 후 문화부와 일부 기업, 오픈넷·스마트개발자협회 등은 우려를 표명했다. SW를 특허로 보호하면 대형 글로벌 기업 등의 소송 제기 우려로 국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부는 국내 SW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가 강한 특허권보다 저작권 적용이 낫다는 판단이다. 또 충분한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특허청에 제안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개정 심사기준은 당초 계획대로 1일부터 적용한다.

오픈넷과 스마트개발자협회는 특허청 심사기준 개정이 SW 개발과 혁신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 문화부와 마찬가지로 개발자 의견 수렴을 통한 심사기준 개정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오픈넷 한 관계자는 “일일이 특허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SW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며 “공개토론회 개최를 계속 요청할 계획이며 해외 오픈소스 진영 반대의견도 취합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심사기준 개정이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원인 불편을 해소하고, 형식적 기재요건을 완화해 SW 기술의 다양한 유형을 특허로 보호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들은 만큼 추가 의견수렴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허청은 심사기준 개정으로 ‘컴퓨터프로그램’이 특허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매년 600건 이상 특허 청구 거절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또 컴퓨터프로그램을 특허 대상으로 인정하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과 조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제현 특허청 컴퓨터시스템심사과장은 “관련 설명회와 보도자료 등에서 업계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기업 대다수는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심사기준 개정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문은 온라인 유통 SW다. 종전에도 CD와 같은 기록매체에 담기거나 각종 하드웨어(HW)에 설치된 SW는 특허 획득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심사기준 개정으로 특허로 인정되는 SW 범주에 ‘컴퓨터프로그램’이 포함돼 클라우드 등을 통해 유통되는 SW가 특허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쟁점은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SW”라며 “대형 글로벌 기업 등 SW 저작자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개발자에게는 큰 걸림돌이 돼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실효성을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특허제도와의 발맞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특허 제도는 큰 의미가 없으며, 국내 특허를 획득한 SW가 해외에서도 그대로 가치를 인정받도록 관련 제도를 조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