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대회장 기업가정신 역행하는 이재용

삼성 3세 경영체제를 완성할 이재용 부회장이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삼성전자의 주요 프로젝트가 ‘사업보국’으로 대표되는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e삼성’의 실패가 이 부회장 경영 능력에 마이너스 지표가 됐다면 최근 삼성전자의 ‘나홀로 성장’ 프로젝트는 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가치인 사회적 책임마저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선 2010년대 들어 추진된 주요 프로젝트가 국익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무시한 채 삼성 중심의 일방통행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마저 주춤하면서 자칫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산업 생태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지난 1970년대 ‘인류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강조했던 기업가 정신과 배치되는 양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4~5년 사이 최지성 부회장 등과 삼성전자 스마트폰 무인자동화 생산시스템(경북 구미)과 스마트폰 소재부품 자체 생산(베트남) 프로젝트 등을 주도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국내 산업의 상생과 고용 창출이라는 가치는 제쳐두고 오로지 내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자사 이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원가 절감과 효율화라는 목적 아래 진행된 프로젝트로 지역 경제는 후퇴하고 협력사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들 프로젝트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사업 경착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일시적인 내부 혁신에 힘입어 생산량이 늘어나는 듯했지만 지속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면 후방 협력사들이 또 한 번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앞으로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모습에 비춰볼 때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최고경영자가 되면 단기성과에 급급해 위험 부담이 큰 다수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역점을 두고 진행 중인 중국 시안 반도체 팹 프로젝트가 일례로 꼽힌다. 반도체 핵심기술 중국 유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 부회장은 시안 프로젝트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지금은 거대 중국 시장 공략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되지만 향후엔 자칫 우리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e삼성 실패와 리더십 부족이라는 지적을 끊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 먼저 주변을 돌아보며 상생과 국익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