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가 유통사 판매가격 제한 가능해져…공정거래제도 대폭 정비

제조사가 대리점이나 오픈마켓 등 유통점에 가격 하한선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행위가 내년부터 일부 허용된다. 소규모 회사의 계열회사 간 합병·영업양수 신고의무가 면제되고, 일정 규모 미만의 비상장사는 중요사항 공시 의무가 없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분야 15개 과제를 발굴·개선한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규제적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공정거래·소비자·기업거래 등 법령 전반에 걸친 개선과제·방안을 발굴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내년부터 상품 제조사가 상품 가격 수준을 정해 유통사가 그 이하로 팔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가 일부 허용된다. 이 같은 행위가 가격경쟁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지만, 현실 시장에서는 가격 외 서비스 경쟁 등 유익한 경쟁을 촉진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명확한 판단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대형 제조사의 남용으로 유통사·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남용행위 위법성 판단기준도 개선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남용행위 판단 기준에서 공급비용 요건을 삭제하고 가격 남용행위 판단기준을 보다 엄격히 했다.

공정위는 또 경쟁제한 우려가 미미한 경우 기업결합 신고의무를 면제한다. 3분의 1 미만 임원겸임의 신고의무를 면제한다. 소규모회사의 계열회사 간 합병·영업양수 신고의무도 없어진다. 이로써 기업 인수합병(M&A)이 촉진되고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공시의무도 개선했다. 일정 규모 미만 비상장사는 중요사항 공시의무를 면제받는다. 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아(20% 이상) 사익편취 가능성이 우려되는 때는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주식 포괄적 교환·이전으로 인한 주식소유를 ‘상호출자금지’와 ‘지주회사 자회사 등의 계열사 주식취득제한’에 따라 바로 금지하지 않고 일정 유예기간을 둔다. 상법·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일부 규제는 강화했다. 대기업집단 현황 공시 항목에 지주회사 현황,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을 추가했다. 대기업집단의 금융·보험업 진출 증가로 금융·보험 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확대 우려가 있어 이를 감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거래법이 도입·시행된 지 33년이 경과해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개선이 필요했다”며 “연내 법과 고시·지침 개정을 완료하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때는 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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