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이대론 안 된다]<3·끝>상용망 활용도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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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망 사업이 오랜 기간 표류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성 논리’다. 2008년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두 번째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를 진행한 것도 초기 사업구상 때보다 한층 높아진 예상 투자비 탓이다. 이후 사업을 맡은 안전행정부와 예타 조사를 진행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쉽사리 예타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상태다.

국민 생명은 돈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재난망 사업도 경제성 논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성만을 따지며 시간만 끌다가 결국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참극을 불렀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경제성 문제가 걸림돌이라면 대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용망 활용’이 그 대안이다. 상용망은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3세대(3G)나 롱텀에벌루션(LTE), 아이덴 같은 무선통신망을 말한다. 재난망 사업 초기, 2008년 감사원 지적 당시에도 경제성을 위해 상용망 도입이 논의됐다. 2011년 테트라와 와이브로 기반 전용망 구축으로 사업 가닥이 잡히자 통신사업자들이 반발하면서 상용망 활용이 재검토되기도 했다.

재난망은 낙뢰나 정전 등 극한 상황에서도 통신 기능을 유지해야 하며,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응급복구가 가능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해 신속한 상황전파·보고·지령이 필요하면 즉시 통화를 보장하는 ‘재난대응성’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재난 발생 시 동시 트래픽이 몰릴 때에도 병목 현상이 없어야 한다. 상용망이 아닌 전용망 구축이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이유다.

한 무선통신 업체 관계자는 “12월 24일 눈이 내리면 강남역 일대 휴대폰 통신은 두절된다”며 “1분 1초가 다급한 재난 상황에서 상용망은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난 전용으로 구축된 전용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사가 주장하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과연 재난 현장에서 얼마나 필요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통신사들은 무선통신 기술이 발달해 재난망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고 병목 해소를 위한 대비책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한다. 전용망을 구축하면 상용망을 이용할 때보다 10년간 두세 배의 예산이 들고 기존 기지국·중계기와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장비와 망을 이용하면 전용망보다 경제성이 높고 구축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재난망은 한번 구축하면 10년 이상 써야 한다”며 “상용망을 쓰면 차세대 재난통신 기술인 ‘LTE 광대역 재난안전 무선통신망(PS-LTE)’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용망을 구축하고 상용망을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상용망 기술이 재난망 요구사항을 충족시킨다 하더라도 유럽 재난망에 쓰이는 테트라처럼 검증되지 않아 주 통신망으로 쓰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 KDI 예타 조사에도 상용망의 보조적 활용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균 공주대 전파공학과 교수는 “재난망은 수익성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전용망을 상용망 수준으로 설치하기가 어렵다”며 “전용망을 근간으로 하되 상용망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상용망을 쓰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용망도 없고 상용망은 재난망 요구조건 충족 논란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난망에 상용망 활용 논의 일지

자료:정부·업계종합

[재난망 이대론 안 된다]<3·끝>상용망 활용도 대안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