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형 서울대 교수, 반창고 하나만 붙이면 자동으로 약물이 나오는 `웨어러블 전자시스템` 개발

파킨슨병, 간질 등 운동장애를 가진 환자가 반창고 하나만 붙이면 시간에 맞춰 약을 챙겨먹지 않아도 자동으로 약물이 투여돼 치료까지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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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전자소자를 집적시킨 의료용 패치를 피부위에 부착한 사진. 차세대 메모리로 각광을 받고 있는 비휘발성 저항메모리 어레이(왼쪽) 와 실리콘 기반의 변형 센서 (오른쪽)와 늘어날 수 있는 히터로 구성돼 피부약물전달을 조절한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떨림 현상을 센서로 모니터링하고 측정 결과를 메모리 디바이스에 저장하는 원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연구단의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이 나노 물질을 사용하여 운동 장애 질환을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치료까지 가능한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은 파킨슨병, 간질 등 운동 장애 질환의 발병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해 측정 결과를 메모리에 저장한다. 저장된 정보의 패턴 분석으로 피부에 약물을 투여해 치료까지 가능하다.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은 반창고처럼 얇아 붙이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다. 땀이 나도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김대형 교수는 “기존 웨어러블 기기는 사실 착용하고 생활하기 불편했지만 개발된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은 얇고 피부색과 흡사해 파킨스병 환자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은 반창고 하나에 약, 메모리, 센서가 다 들어간 형태다. 차세대 메모리로 각광 받고 있는 비휘발성 저항메모리 어레이와 실리콘 기반의 변형 센서, 늘어날 수 있는 히터로 구성돼 피부약물전달을 조절한다. 나노박막 센서로 운동 장애의 패턴을 측정하고, 나노 박막·입자 메모리에 저장 후 분석해 질병징후를 진단하며, 전자히터는 나노입자에 들어있는 치료용 약물이 피부에 잘 투여될 수 있도록 한다.

연구팀은 나노입자를 기존 반도체 공정에 적용해 획기적으로 전력소모를 낮춘 저전력 디바이스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보통의 전자소자에서 사용되는 딱딱한 기판(실리콘 웨이퍼 혹은 유리기판) 대신 나노박막과 나노입자를 사용하고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변형시켜 활용해 휘거나 늘일 수 있는 전자소자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기판 위에 희생층, 보호층을 먼저 코팅하고, 그 위에 산화물과 금속 나노박막과 나노입자를 배열했다. 전자소자를 제작한 후 희생층을 제거한 뒤 늘일 수 있는 패치에 전자소자를 전사·인쇄하는 방법을 구사했다. 전사·인쇄 방법은 합성된 고성능 전자 재료들을 구부릴 수 있는 성질의 기판에 옮기는 기술이다.

미래부는 이번 연구성과가 나노물질을 이용하면서도 기존에 존재하는 반도체 기술 변형을 통해 피부에 부착하는 고성능 웨어러블 전자 기기에 사용될 수 있는 기초 전자소자 개발 기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기존 반도체 공정 기술을 변형시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향후 전자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대형 교수는 “이번 웨어러블 전자소자 개발 성과가 차세대 피부 부착형 헬스케어 전자 기기의 연구 개발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활용될 경우 원격 진료 등 신시장 창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 31.17)에 31일자로 게재됐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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