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허황된 산술 놀음만 아니길

우리 경제 잠재 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대도약을 위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년후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4년간 벤처·창업 활성화에 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제조업과 IT의 융합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를 120개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청년과 여성 일자리도 오는 2017년까지 각각 50만개와 150만개까지 끌어올린다고 했다.

수치만 보면 화려하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은 이번에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 지표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전년 2.0%보다 0.8%포인트 오른 2.8%였다. 같은 기간 물가도 전년에 비해 낮아졌다.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사상 최대 수출(5597억달러), 역대 최대 무역흑자(442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산업과 생활 현장에서 이런 수치 지표는 전혀 체감할 수 없다. 솔직히 이제는 청와대와 정치권, 정부가 삼박자로 만들어내는 보여주기식 숫자 놀음은 그만 보고 싶다. 가장 기막힌 허상은 대기업 투자다. 설비 투자는 고용 유발, 내수 진작, 복지 증진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선순환 고리의 시발점이다. 지난달 중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를 갖고 투자를 독려한 바 있다. 당시 철도 파업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인 데다 통상 임금 현안, 춘투 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시기여서 대기업 투자는 그만큼 절실한 현안이었다. 그날 윤 장관의 투자 촉구에 나온 수치는 150조원.

하지만 이날 간담회가 워낙 급조된 탓에 그 숫자는 미덥지 않았다. 알고 보니 간담회 참석 최고경영자들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답을 통해 추론한 액수였다. 실제 ‘집행’ 기준이 아닌, 지난해 30대 그룹의 투자 ‘계획’이 149조원이었으니 솔직히 어림짐작으로 그럴만 하다. 올해 대내외 경영 환경을 놓고 하나같이 시계 제로라며 우려하는 마당에 억지로 끼워 맞춘 투자 계획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모두 엉터리다. 그 엄청난 돈이 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설비 투자 총액인지, 기업의 온갖 부대비용을 합친 금액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설령 설비 투자 규모라고 해도 국내보다 해외 생산 기지에 투입하는 금액이 훨씬 많을 것은 자명하다. 그 또한 실제 집행했는지, 또 집행할지는 모를 일이다.

정부 정책 목표와 대기업 설비 투자 계획이 공약(空約)이 아니었다면 현실이 이럴 수는 없다. 지난해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청년 고용률은 39.7%로 지난 1982년 통계 작성 후 역대 처음 40%를 밑돌았겠는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갈수록 죽을 맛이다. 현 정부 트레이드마크인 창조경제도 1년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뭔가가 보이지 않는다. 재정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래서 지난해 만만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했던 것도 이해될 법하다.

박근혜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제발 그 수치 목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그 대의를 위해 필자도 힘을 보태고 싶다. 정치권과 정부가 습관처럼 달콤한 숫자로 잠시 눈을 가릴 게 아니라 국민들 삶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실천해내겠다는 진정성이 그 전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