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광학기술, 日기업 못 따라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소니·삼성전자 미러리스 카메라 국내 시장점유율 추이삼성전자의 2015년 글로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1위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내에서 소니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삼성 내부에서 조차 ‘쉽지 않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카메라 세계 일류화’ 주문속에 과감한 투자에 나섰지만 일본 벽을 넘는데 버거운 모습이다. 올해 휴대폰 수익성 저하를 막아야 하는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의 한숨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에서 소니는 53%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도인 2012년 37%와 비교해 16%포인트(P) 증가했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에는 60%대(61%) 진입에도 성공했다. 소니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반해 삼성전자 점유율은 2011년 4분기(39.0%)를 정점으로 오히려 내리막이다. 당시 소니를 추월하며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는 모습이었던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30%대 중반인 34.3%(1분기)와 35.8%(2분기)로 내려앉았으며 하반기에는 33.2%와 32.9%로 떨어졌다. 소니와의 격차가 지난해 1분기 13.5%P 차이에서 작년 4분기에는 23.3%P로 늘어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두로 치고 나가는 모습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육상선수인 우사인 볼트를 모델로 채택하는 등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미러리스 카메라 모델로 우사인 볼트는 적절치 않다는 견해도 나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은 15.7%로 확인된다. 이는 2010년 상반기 13.4%와 비교해 2.3%P 상승에 그쳤다. 글로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선 소니·파나소닉·올림푸스 등 일본기업이 선두권을 형성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전자 성장세 정체에는 카메라의 핵심인 ‘렌즈’에서 아직 선두기업과의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 카메라는 후면 LCD 창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 기능 등이 강점을 지니긴 하지만 렌즈교환형 카메라인 미러리스 분야의 핵심인 광학기술 렌즈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삼성이 강점으로 내세운 실시간 사진 공유 기능 등이 보편화되면서 차별성에 한계를 드러냈다”며 “‘갤럭시 카메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지만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힘이 빠지는 듯 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표】소니·삼성전자 한국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GfK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는 올해 ‘위기’ 단어를 많이 꺼내든다. 이미 긴축경영에 들어갔으며 협력사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반복적으로 주지시키고 있다. 주요 요인은 지난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실현해 준 스마트폰의 IM사업부 실적악화 우려다. IM사업부장을 맡은 신종균 사장은 어느 때보다 수익률 사수를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챙겨야 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카메라가 속한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IM사업부 밑으로 통합했다. IM사업부의 판매망·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이끌던 한명섭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팀장을 맡고 있지만 사실상 신 사장에게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신 사장 입장에서는 모바일부문에서의 수익성 유지 그리고 카메라 시장에서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올해 신 사장과 소비자가전(CE)부문을 이끄는 윤부근 사장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신 사장은 휴대폰에 이어 카메라를 그리고 윤 사장은 TV에 이어 생활가전에서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2011년까지 TV를 책임졌으며 2012년부터 가전을 챙기고 있다. 윤 사장은 2015년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선언했으며 지금까지는 순탄하게 진행중으로 본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의 신종균 사장은 카메라, TV의 윤부근 사장은 가전을 책임지고 키우라는 미션을 준 것으로 안다”며 “카메라를 휴대폰 사업부에 통합한 것은 신 사장에게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카메라를 키우라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의 대결구도가 시너지로 나타날 수 있지만 자칫 과도한 드라이브에 따른 역효과 우려도 한다.
김준배·김명희기자 joon@etnews.com